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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화 만 통 씩 쏟아져"…'이것'만 읽어줬을 뿐인데 대박났다

출처=문학동네 SNS출처=문학동네 SNS




전화를 걸면 무작위로 시 한 편을 읽어준다. 단지 시만 읽어줬을 뿐이데 하루 걸려오는 전화가 무려 1만 통에 달한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진행 중인 ‘전화 시낭송’ 이벤트가 입소문을 타고 심상치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성인 독서율이 해마다 최저치를 경신하고 MZ세대 10명 중 3명이 전화를 두려워하는 ‘콜 포비아’라는 요즘, 책과 전화를 합친 이벤트가 대박을 친 것이다. 과연 어떤 매력 때문에 무려 11만 명이 넘는 이들이 전화를 걸어 시 낭송을 듣게된 것일까.



12일 출판사 문학동네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인생 시 찾기’ 이벤트에 11만 건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 이벤트는 ‘070-8919-1203’ 로 전화를 걸면 문학동네 시인선에서 고른 시를 무작위로 읽어주는 행사다. 읽어주는 시는 문학동네 시인선 101번부터 214번 시집까지, 각 시집의 맨 처음에 실린 시 113편이다. 얼마나 인기가 있으면 이벤트 번호와 비슷한 전화번호를 가진 곳에서 “잘못 걸린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호소했을 정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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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벤트는 사실 지난달 26일부터 5일 동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SIBF)’를 위해 문학동네가 준비한 행사였다. ‘시 선물 전화부스’라고 이름을 붙인 빨간 전화부스를 설치하고, 수화기를 들면 무작위로 시를 읽어주는 방식이었다. 날마다 이 랜덤 시를 듣기 위해 사람들이 긴 줄을 섰고, 5일 동안 약 2000명에 달하는 이들이 랜덤 시 선물을 받았다. 이현자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벤트에 호응해주셨고 현장에서 줄이 길어 체험해보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아 이벤트를 24일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시 낭송 이벤트가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이유는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시집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이벤트를 기획하고 추진한 강윤정 문학동네 국내문학부장은 “소설의 경우 짧은 시간에 읽어줄 수 있는 문장이 한계가 있지만 시는 오롯이 한 편을 들려줄 수 있기 때문에 시를 낭독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최근 젊은층에서 시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도 시 낭송 이벤트를 추진한 배경”이라고 전했다. 이 편집국장은 “지난해 도서전부터 시집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시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을 체감하고 있다”며 “올해 시 낭독 전화부스도 인기각 높았지만 도서전에서만 특별 판매한 시집 3종의 판매량도 굉장히 높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학동네측은 ‘참여’ ‘우연성’이라는 키워드가 MZ세대의 취향과 맞아 떨어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 편집국장은 “요즘 독자분들의 성향을 보면 수동적인 것 보다는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또한 ‘우연성’도 하나의 트렌드인 듯 하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우연히 찾아와준 무언가를 굉장히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 낭독 이벤트 참여를 위한 통화료는 수신자 부담으로 발신자에겐 별도의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이벤트는 오는 2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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