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의 빚을 대신 갚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신용보증기금이 정부에 수천억 원대 추가 사업비를 요청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의 부실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신보의 손실 규모도 그만큼 급증해 소상공인 빚 상환 목적으로 책정한 예산이 조기에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신보는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내년 기금운용계획을 논의하면서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위변제 사업에 쓰인 사업비 수천억 원을 정부에 추가 청구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신보의 보증을 통해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최대 40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영업난에 시달린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5월부터 2년여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부실 발생 시 신보가 은행에 대신 돈을 변제하는 구조다.
신보가 대위변제에 쓰인 사업비를 추가 요청하는 것은 사업 도입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변제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부실률이 8%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관련 예산으로 7600억 원을 책정했지만 올 1분기 기준 부실률은 14.8%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신보 측은 올해 말이면 부실률이 20.3%로 예상치의 2배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까지 이행된 보증 규모(7조 4000억 원)를 고려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 변제액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책정된 예산보다 7422억 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신보의 요청대로 사업비를 추가 지원할지는 현재 불투명하다. 신보는 지난해에도 부실률이 당초 전망치를 벗어날 것 같다며 추가 예산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요청보다 3000억 원가량 모자란 수준이었다. 당시 예산 당국은 신보가 중소기업 보증 사업(일반 보증) 등 다른 사업비를 전용해 대위변제 비용을 우선 메워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 관계자는 “부실률이 예상치를 상회한 데는 보증 심사가 깐깐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자체적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필요가 있고 이를 감당할 여력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사업비 ‘돌려막기’로 중소기업 보증 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한시 도입한 사업의 부실을 메우려 신보의 핵심 사업인 중기 보증을 줄이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위변제에 쓸 돈이 당장 부족하면 다른 사업 예산에서 가져다 쓸 수밖에 없다”면서도 “(대위변제 예산이 추가로 편성되지 않으면) 다른 중소기업 보증 사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