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금리 인하 발목 잡는 집값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를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다음 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도권 집값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라며 추세적 집값 상승 가능성을 일축했다. 과연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될까?

금리는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금리 인하로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고 대출 이자 부담이 낮아지면 주택 구매 수요가 증가해 집값이 상승한다. 하지만 금리가 인하돼도 집값이 얼마나 오를지는 다음 요인들에 달렸다.



첫째,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다. 대부분 가계는 주택을 구매할 때 대출을 중요한 자금 조달원으로 활용한다. 대출 규제가 깐깐할수록 가계의 자금 조달 여력이 떨어져 금리가 낮아져도 집값 상승은 제한적이다. 사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21년부터 차주의 소득을 고려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했고 올해 2월에는 예기치 못한 금리 상승에 대비해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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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시점을 7월에서 9월로 연기하면서 규제 시행 전 막차 대출 수요가 몰려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DSR 규제에서 제외되는 대출이 2023년 2분기 신규대출 기준 전체 대출액의 73%에 달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정책이 금리 인하 시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둘째, 주택공급이 얼마나 신축적인지도 관건이다. 주택 수요가 늘어나도 주택공급이 신축적으로 증가하면 집값은 안정된다. 정부는 2022년 8월 2027년까지 전국에 총 270만 호 이상 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인허가 건수를 기준으로 한 주택공급 계획 대비 실적은 수도권이 78%, 서울은 48%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10년간(2013~2022년) 연평균 인허가 건수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크게 오른 건설비용도 사업성 악화로 주택 신규 공급을 더 어렵게 한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19년 말부터 2023년 말까지 30%나 올랐다. 주택공급이 부족하면 수요 증가 없이도 집값은 상승할 수 있다.

셋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금리 인하에 따른 집값 상승폭도 커진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0보다 클 경우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음을 뜻한다. 이 지수는 4개월 연속 상승해 6월에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인 108에 이르렀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할 때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미뤄도 주택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막기는 어렵다. 오히려 고금리를 너무 길게 유지할 경우 불가피한 경기 침체를 야기할 뿐 아니라 수도권과 달리 침체 일변도인 지방 부동산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결국 해법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의 유효성을 높이는 한편 획기적인 주택공급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주택수요가 많은 지역의 신규 택지 확보 방안 등 주택공급을 늘릴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집값 상승을 막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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