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천안여자상업고등학교를 찾았다. 30여년 간 학계와 실무 현장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연구하고 협상에 참여해온 경험과 최근의 통상 환경변화를 학생들에게 전수하기 위해서다.
천안여상은 산업부가 직업계고 학생을 대상으로 FTA와 통상 교육을 진행한 후 취업과 연계시키는 ‘취업연계형 FTA 실무인력 양성’ 사업에 2020년부터 5년 연속 참여 중인 학교다. 취업연계형 FTA 실무인력 양성 사업은 정 본부장이 2009년 직접 설계한 사업이기도 하다. 천안여상에서는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이 사업을 통해 총 64명의 수료생이 배출됐다.
150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7층 시청각실에 정 본부장이 등장하자 학생들의 박수가 우렁차게 터져나왔다. 정 본부장은 ‘경제안보시대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을 주제로 한국의 FTA 성과와 역사, 변화하는 통상 환경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세계무역체제(WTO) 체제가 흔들릴수록 FTA의 역할은 더 강화된다”며 “앞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질수록 국가와 국가 간 협정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강연에서 “한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역의 힘이 컸다”며 “다만 지금은 경제 안보 시대가 와 과거와 같은 통상 환경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한국이 무역을 잘 하고 공급망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경제안보의 방어적 개념과 공세적 개념까지 다 잘 해야 한다”며 “방어적 개념이라고 하면 수출통제와 동맹국 간 관계를 신경써야 한다는 의미지만 한국만의 소부장 기술 등 한국만의 것도 갖춰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을 들은 학생들은 정 본부장에게 ‘미국과의 통상 관계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자국민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있는데 해외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등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올해 3월 대미(對美) 아웃리치 활동에 직접 나서는 등 미국에 한국이 기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국우선주의가 확산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시대가 바뀌고 공급망 안정성, 자원확보 등이 중요해짐에 따라 FTA를 업그레이드해나갈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