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서울 아파트 절반 9억 초과…“일시적 잔등락” 낙관할 때 아니다


서울의 아파트 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15일 직방 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9억 원 넘는 가격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 비중은 역대 최대인 53.1%에 달했다. 6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02% 뛴 1267만 6000원에 달했다. 11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거래 가격이 전고점을 넘어선 단지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6월 서울의 주택 매매 시장 소비자 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1.5포인트 오른 133으로 2년 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지수가 115 이상이면 상승 국면을 의미한다. ‘사자’ 심리에 불이 붙은 만큼 이미 16주 연속 상승한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모든 지표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 조짐을 경고하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 ‘공급 절벽’ 우려에 더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맞물려 하루가 멀다 하고 집값이 오르니 빚을 내서 집부터 사고 보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불씨도 되살아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최근 열흘 사이 1조 8000억 원 이상 불어났다.



이런데도 정부 당국의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 흐름에 대해 “일시적인 잔등락”이라며 “추세적 상승 전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등의 공급 물량이 넉넉하고 고금리 지속으로 수요 계층이 제한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공사비 급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주택 사업은 속속 좌초되고 시장의 공급 부족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까지 경각심을 드러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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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집값이 오르는 와중에도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면서 현실과 괴리된 낙관론을 설파하고 규제에 주력하다가 부동산 가격 폭등 사태를 초래했다. 요즘 치솟는 집값을 “늘 있어 왔던 등락”으로 치부하고 뒷짐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러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부동산 시장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집값의 고삐를 놓칠 수 있다. 전 정부의 오판과 부동산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충분한 주택 공급과 일관된 대출 정책으로 집값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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