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CIA출신 한국계 수미 테리, 韓정부 대리혐의로 기소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혐의

대가로 명품 핸드백·의류 등 제공받아

국정원 연계 의혹에 한미 정보 교류 위축 우려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연합뉴스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연합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유력 대북(對北)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대리한 혐의로 16일(현지 시간) 기소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이 연방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을 인용해 테리 연구원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위반을 위한 공모 행위 등 두 가지 혐의를 받는다고 보도했다.



FARA는 미국 거주자(공직자 제외)가 외국 정부·기관을 위해 일할 경우 당국에 미리 신고하도록 규정한다.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대가로 10년 동안 명품 핸드백과 의류, 연구비 등을 제공 받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3000달러(약 414만 원)의 돌체앤가바나 코트, 루이비통·보테가베네타 핸드백, 미슐랭 식당 식사 등이 제시됐다. 이 기간 최소 3만 7000달러가량의 뒷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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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에 따르면 테리 연구원은 2008년 CIA에서 퇴직한 후 5년 뒤인 2013년 당시 주유엔 한국대표부 참사관이라고 소개한 인물과 접촉한 후 한국 정부 대리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에 파견된 한국 국가정보원의 고위급 요원들에게 비공개 정보를 넘기거나 전현직 미국 정부 관리와 만남을 주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한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을 기고하는 등 여론 활동을 해온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테리 연구원이 2022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참석한 대북 전문가 초청 비공개 회의 내용을 국정원 간부에게 흘린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테리 연구원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 세 차례 출석하는 과정에서 등록된 외국 정부의 대리인이 아니라는 사항에 서명한 점도 문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테리 연구원 측은 관련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으로 최근 경제·군사 안보 동맹 강화 등 순항하던 한미 관계에 불똥이 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수사 당국이 테리 연구원과 한국 정보 기관의 밀착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양국 간 정보 교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번 기소 건을 국가 차원보다는 단순 법 집행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리 연구원이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정보를 유출한 것은 아닌 만큼 단속 차원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서다.

한국계 이민자 출신인 테리 연구원은 미국 하와이와 버지니아에서 성장했으며 뉴욕대에서 정치과학 학사를, 보스턴 터프츠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CS)에서 한국·일본·오세아니아 담당 국장을, 국가정보위원회(NIC)에서 동아시아 담당 분석관을 역임했으며 공직 경험을 기반으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싱크탱크와 학계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탈북 다큐 ‘비욘드 유토피아’가 각종 영화상을 휩쓸며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한미 정보 당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미 정보 당국이 이번 일에도 불구하고 정보 협력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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