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가속페달 하나로 주행이 가능하다. 페달에서 발을 떼면 동력이 끊겨 차가 멈춘다. 차량을 감속하거나 정지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회생제동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연비도 좋다. 하지만 강한 감속력이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차량이 갑자기 멈추는 듯한 느낌을 줘 ‘전기차는 멀미가 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더 기아 EV3 테크 데이’를 열고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 ‘아이페달 3.0’을 포함한 다양한 전동화 첨단기술들을 소개했다. EV3가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어야 할 주력 차종인 만큼 기술 개발 방향도 전기차에 대한 기존 편견을 깨뜨리는 데 맞춰졌다.
아이페달 3.0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회생제동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가속과 감속·정차 등을 가속페달 하나로 제어하는 것은 기존과 같지만 모든 회생제동 단계에서 작동하도록 변화를 줬다. 스티어링 휠 좌측의 패들 시프트를 1초 이상 당기면 작동된다. EV6·EV9의 아이페달은 가장 높은 회생제동 단계에서만 쓸 수 있지만 EV3에서는 운전자가 각자 선호하는 감속도(0~3단계)를 직접 선택해 조작할 수 있다.
개발을 맡은 우하영 MSV전기차성능시험팀 연구원은 “기존 아이페달의 감속감이 너무 커 전기차를 처음 타는 분들이 익숙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며 “회생 단계를 직접 선택해 사용자의 승차감과 편의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EV3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스마트 회생 시스템 3.0’이 적용됐다. 회생제동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으로 운전자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 감속한다. 센서가 선행 차량과의 거리를 감지하고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활용해 적정 수준으로 차량의 속도를 줄여준다. 시속 9㎞ 이하의 정차 상황까지 자동 감속이 가능해 운전 중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하는 빈도를 줄였다.
기아는 EV3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냉난방 공조시스템(THIN HVAC)’도 적용했다. 기존 냉난방 공조시스템 대비 높이를 33% 줄여 콕핏 하단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최소화했다.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은 동승석 기준으로 6㎝ 더 넓어졌다.
배터리의 폐열을 활용한 열관리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세계 최초로 외기 열원(차량 외부 공기가 가진 열)과 구동 열원(전기차 구동 시 발생하는 열)을 동시에 활용하는 흡열 방식을 적용해 히트펌프 성능을 강화했다. 차세대 열관리 시스템은 외부 공기의 열과 모터·배터리의 폐열을 동시에 활용, 히트펌프의 성능을 극대화해 난방 성능을 끌어올렸다. 겨울철 낮은 기온으로 인한 전비 감소도 최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