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에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소 취소’ 요청을 받았다고 폭로한 데 대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를 겨냥해 “우리 당 의원 개개인의 아픔이자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 파서야 되겠느냐. 당을 위해 지금도 희생하고 있는 사람을 내부투쟁의 도구로 쓰면 되겠느냐”며 “경쟁은 하더라도 부디 선은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권 의원은 앞서 나 후보가 한 의원에게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취소를 요청한 것에 대해 “이것은 청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강제 사보임과 같은 국회법 위반을 불사하면서 희대의 악법을 다수의 폭압으로 통과시켰고, 우리 당 의원들은 이를 막기 위한 최후의 저항 수단으로 단일대오로 나섰던 것”이라며 “그 결과 전현직 의원 27명과 당사무처 직원과 보좌진들까지 부당한 기소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의원들에 대해 “전체 의원을 대신해 희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 이런 동료 의원을 보는 마음이 편하겠나. 당사자도 지켜보는 동료들도 모두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한동훈 위원장의 태도를 보면 이율배반적 면모가 점점 더 자주 보인다”며 “패스트트랙 변호인단을 격려하지만, 해당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다. 당 사무처 직원과 보좌진의 노고를 이해한다면서 억울한 재판에 휘말린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한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철규 의원도 페이스북에 ‘패스트트랙 사건의 본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그 시절 치열한 투쟁과 희생으로 민주당 정권에 항거했기에 국민의 직접선거로 5년만에 정권이 교체됐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좌파 언저리에서 기웃거리던 자들이 숙주를 앞세워 우리당을 넘보며 밤놔라 대추놔라 훈수질 하며 끼어들고 있다”면서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 인지 아니면 자신이 속한 집단과 공익을 위한 것인지 분별해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에둘러 한 후보를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잘못된 기소는 취소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나 후보의 공소 취소 요청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 역시 “한 후보의 폭로에 경망스러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김 지사는 패스트트랙 사건을 두고 “당신이 문재인 정권하에서 화양연화(花樣年華)의 검사시절을 보낼 때 우리는 좌파와 국회에서 처절하게 싸운 사건”이라며 “이 사건은 좌파의 독재의회 폭거였고 부당하게 이뤄진 기소에 대해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당한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수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보수가치에 대한 공감에 의심이 든다”며 한 후보를 향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패스트트랙 재판으로 인해 아직도 고초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 사과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날 김정재·윤한홍 의원 등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친윤 의원들도 잇따라 의원 단체 메시지방에 한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한 후보는 전날 CBS에서 진행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나 후보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고 폭로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를 비롯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은 2019년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할 당시 법안 접수 등을 물리적으로 저지했다가 국회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