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일 나가서 번 일당으로 소 먹이고, 일 안 나가는 날은 풀 베다가 또 소 먹이지유.”
우시장이 열린 12일 충청북도 괴산시 괴산증평 한우 경매시장으로 송아지를 사러 나온 서 모 씨는 높아질 대로 높아진 사료 값을 감당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 보였다. 번식우를 기르는 서 씨는 몇 해 전 축사를 더 크게 지었지만 턱없이 높아진 소 생산 비용에 울며 겨자 먹기로 70대의 나이에도 ‘N잡러’가 됐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국제 곡물·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소비자뿐만 아니라 1차 생산자도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통계청 ‘농축산물 생산비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우 비육우(고기를 많이 얻기 위해 살이 찌도록 기르는 소) 두당 사육비는 지난해 말 기준 1021만 원에 달했다. 2020년 932만 원과 비교해 9.5% 올랐다. 이 가운데 사료비는 437만 원에 달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3.6%나 급등했다.
고물가가 장기간 이어진 올해 역시 높은 사육비가 한우 농가의 숨통을 짓누르고 있지만 하락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한우 가격 탓에 축산 농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농협 산지 가격동향 통계에 따르면 6~7개월짜리 송아지의 올해 6월 평균 가격은 수컷 기준 356만 9000원이다. 2021년에는 평균 가격이 455만 원이었지만 지난해 341만 원으로 급락한 후 회복이 요원하다. 증가하는 생산 비용을 한우 가격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소 키우는 일을 그만두는 축산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원영호 한우협회 괴산 지부장은 “예전에는 소 가격이 떨어져도 사료가 비싸지 않으니 버텨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밑지고 소 키우는 상황”이라며 “축사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가는 상황이고 번식 농가의 경우 사육 두수가 20~30두 이하면 거의 페업 수순”이라고 전했다.
정승헌 한국생명환경자원연구원장은 “축산 농민들의 사료비 절감을 위해 국내 농축산 부산물을 정부가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공급하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