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주말 사퇴설' 일축에도 美민주당 '포스트 바이든' 논의…거취 중대 국면

■더 거세지는 후보 교체론

워런 상원의원 "해리스 자격 충분"

펠로시는 국민참여 예비선거 제안

의원 36명 "물러나라" 공개 촉구

바이든, 주말동안 '최후 방안' 모색

네타냐후와 회담 이후 결단 가능성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사저에 격리된 와중에도 대선 완주 의지를 재천명했지만 당 안팎의 후보 교체 움직임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시 승계가 아닌 경선 방식으로 차기 후보를 지명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이뤄질 정도로 사퇴 국면은 진전되는 양상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이번 주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될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20일(현지 시간) MSNBC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나기로 결정하더라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을 통합하고 도널드 트럼프에 맞서 11월에 승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권 주자로서 해리스 부통령의 자격이 충분하다면서 “만약 유죄판결을 받은 중범죄자(도널드 트럼프)와 맞선다면 해리스 같은 검사 출신 인물은 대항하기에 정말 좋은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현재 민주당에서는 32명의 하원의원과 4명의 상원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 가운데 11명의 사퇴 요구가 18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 이후 불과 이틀 동안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성명을 내고 “그(트럼프)를 이길 수 있고 이길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사퇴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신 건강 문제를 원색적으로 거론하는 목소리까지 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세스 몰턴 하원의원(매사추세츠·민주)은 전날 보스턴글로브에 기고한 ‘바이든이 레이스를 끝내야 하는 이유’라는 글에서 “최근 노르망디 상륙장전 80주년 기념행사에서 소규모 그룹으로 바이든을 만났다”면서 “처음으로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공개했다. 그는 “동료 민주당원들도 너무 늦기 전에 바이든에 대한 진실을 말할 용기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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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민주당을 막후에서 지휘하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이 자진 사퇴할 경우 후보 선출을 위한 방식으로 ‘국민참여식 예비선거’를 제안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대선 후보직을 바로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당원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도 참여해 후보를 다시 선출하자는 것이다. 치열한 경선을 통한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노리는 것인데 이는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흑인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말 동안 고위 참모진들과 머리를 맞대고 재선 캠페인을 다시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최후의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안보 보좌관들로부터 중동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으며 최근 5년 연임이 확정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통화하는 등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22일에는 미국을 방문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케빈 오코너 대통령 주치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증상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자신에 대한 사퇴 여론을 일부 민주당 원로들이 조장하고 있다고 보고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 사퇴 여론을 만드는 세력을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이라고 간주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서는 상당히 감사해 하고 있는데 클린턴 부부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큰손들을 상대로 바이든 캠프에 선거 자금을 계속 기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미 정치권과 언론들 사이에서는 예정돼 있던 외교 일정인 네타냐후 총리와의 정상회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모종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캠프가 공개적으로 완주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바이든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도 선거 레이스가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거취 문제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선대위원장인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이날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누가 11월 대선에서 이길 최선의 후보인지 숙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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