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파트에서 옷에 불을 붙여 방화를 벌였다면 [법조 새내기의 판사체험]

⑥방화

아파트에서 옷에 불 붙여 방화…인명피해 없어

재판부 A씨에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불 번졌으면 자칫 큰 인명피해 생길 중대 범죄”  






<편집자주>

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양형체험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습니다. 국민이 직접 판사를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어려운 양형절차를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이에 새내기 법조기자로서 직접 선고를 해보면서 독자분들과 함께 양형 판단에 대한 개념을 알아가고자 합니다.


A씨는 아파트에서 옷에 붙을 붙여 방화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A씨는 아파트에서 옷에 붙을 붙여 방화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지난 6월 경기 화성시 아리셀 리튬배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불이 번져 화재가 난다는 건 큰 위험을 내포합니다. 따라서 법은 방화 행위에 대해서도 엄격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167조 제1항(일반물건에의 방화)에 따르면 불을 놓아 전3조에 기재한 이외의 물건(건조물,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광갱 이외의 물건)을 소훼해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대법원 202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1심 기준 방화와 실화의 죄로 처벌된 수는 683건입니다. 이중 유기징역이 216건, 집행유예가 317건, 재산형이 56건이었습니다. 무죄로 나온 경우는 19건에 그쳤습니다. 실제로 권고사직 통보에 화가나 자신이 일하던 골프클럽 내 골프장 잔디에 불을 낸 사람에게 법원은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아파트에서 아내의 옷에 불을 붙인 방화범에 대해서는 어떤 판결이 나올까요.

변호인은 A씨의 범행이 우발적이었음을 강조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변호인은 A씨의 범행이 우발적이었음을 강조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0월 2일 새벽 5시경 75가구가 살고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1회용 라이터로 아내의 옷가지에 불을 붙이고 사진을 찍어 아내의 휴대전화에 전송했다. 이후 A씨는 불을 끄고 아파트 밖으로 나가버렸으나, 같은 날 오전 8시경 남아있던 불씨가 다른 옷가지에 옮겨 불이 붙었다. 다행히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불이 꺼져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경찰은 A씨를 방화 혐의로 긴급체포 조사 중이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21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체험 프로그램에서 방화 사례를 선택해 판사 체험을 진행했습니다. 사례만 봤을 때 불을 붙인 행위에 대해서는 잘못이 있다고 봤습니다. 확실히 불을 끄지 않고 밖으로 나간 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첫번째 선택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골랐습니다.

검사는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검사는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법정공방에서 A씨 변호인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변호인은 “당시 A씨는 외박한 처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몰라 너무나 불안한 상태였다”며 “단순한 생각으로 우발적으로 불을 지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은 한순간 경솔한 생각으로 여러 이웃에게 피해를 입힌 점을 반성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검사 측은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검사는 “A씨는 1차 불씨가 제대로 꺼졌는지 체제에게 확인해달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처제는 현장 접근도 못했다”며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위험천만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검사는 최종진술에서 “공동주택 방화를 한 뒤 불이 제대로 꺼진 지 확인을 안 했다”며 “불이 번졌다면 이웃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요청했습니다.

변호인은 최종 진술에서 방화가 우발적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짚었습니다. 변호인은 “위험 초래 의도 없었고 피해자의 옷 5점이 불탄 점을 빼고는 피해가 없었다”며 “피해자인 처와 이웃들이 선처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선고를 보기 전 기자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택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실제 선고를 보기 전 기자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택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법정공방이 끝나고 선고를 하기 위해 양형기준을 살폈습니다. 일반 물건 방화의 양형기준은 △감경 6개월~1년 △기본 10개월~2년 △가중 1년 6개월~4년입니다. 인명사고 등이 발생하지 않아 실제 피해가 경미했던 점, 또한 피해자와 이웃들이 A씨의 처벌을 원치 않은 점을 고려했습니다. 양형인자가 감경요소 2개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어 양형을 감경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최종 선택했습니다. 법원의 실제 선고는 비슷했는지 알아볼까요.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이 사건은 피고인을 비롯한 다수인이 거주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고였다”며 “불이 번졌으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중대 범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만 실제 피해가 크지 않았던 점, 피해자가 피고인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는 점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봤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이 판결은 특별조정된 감경영역에 속해 권고형 범위가 3개월~1년으로 정해졌습니다.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범위의 특별조정을 보면 특별양형인자에 대한 평가 결과 감경영역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특별감경인자만 2개이상 존재하거나 특별감경인자가 특별가중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 하한을 1/2까지 감경합니다. 일반물건방화 양형 감경 기준이 6개월~1년입니다. 따라서 범위의 하한인 6개월의 절반인 3개월이 이번 권고형의 범위가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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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이 사건의 경우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가 징역 6개월~5년입니다. 법률에는 일반물건방화에서 징역 1년~10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다만 형법 제55조(법률상감경)제1항 3호를 보게되면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처단형이 2분의 1로 줄어들 게 된 것입니다.


임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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