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과잉생산과 저가 공세로 세계 각국이 ‘차이나 쇼크’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 본토 기업들의 이익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새로운 수요를 자극하지 못한 채 수출 정책에만 매달리면서 중국 제조사들이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에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제조사인 중국 장쑤로팔테크는 지난해 1억 6900만 달러(약 235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앞서 3년간 벌어들인 이익을 모조리 잃었다. 중국 전기차 내수 시장의 수요 둔화와 함께 LFP 양극재가 과잉생산된 탓이다. 세계 1위 태양광 모듈 업체인 롱기그린에너지기술 역시 이달 초 중국 태양광 산업의 공급과잉을 이유로 올 상반기 6억 6100만 달러(약 9198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과잉생산과 수요 위축의 피해를 입은 분야는 전기차·태양광 등 신산업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조강 업체인 안강철강은 올 상반기 손실이 지난해 동기 대비 2배에 달하는 3억 7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철강 과잉생산으로 업계 전체가 가격 하락의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WSJ가 중국 본토 상장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상장사의 약 25%가 적자를 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이 비중은 10%에 그쳤다.
WSJ는 중국 정부가 제조업 육성을 위해 투자를 집중하면서도 공급을 흡수할 소비 촉진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짚었다. WSJ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식 소비를 낭비라고 생각하며 미국식 소비 촉진은 중국을 산업 및 기술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와 상반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내수 대신 수출 부흥에서 해법을 찾았고 이른바 ‘밀어내기 수출’을 이어갔다. 그 결과 중국의 6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6% 증가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이런 수출은 세계 각국의 일자리와 경제에 압력을 가하며 각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점점 더 높이 쌓도록 부추기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다고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재선할 경우 중국의 모든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도·브라질·튀르키예 등도 중국산에 대한 규제와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 기업들은 관세 부과 지역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 큰 손실을 감수하고 있지만 이 같은 ‘치킨게임’이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컨설팅 업체 로디움그룹의 로건 라이트 파트너는 “투자 주도형 성장 모델은 궁극적으로 어딘가에 수요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미스트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루이스 루 역시 “중국은 수요보다 공급을 늘리면서 현재 성장을 창출해내고 있지만 내일 그 성장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