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해리스, 바이든보다 '좌클릭'…트럼프 감세·대북정책과 대립각 [바이든 후보 사퇴]

■ 정책 방향은

친환경 전환에 10조弗 지원 촉구

주거복지 등 확장재정 확대 가능성

외교 원칙론자…대북유화책 반대

법인세 35%로 인상 주장도 펼쳐

상·하원 권력따라 정책 변화 전망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019년 대선 민주당 경선 당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019년 대선 민주당 경선 당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체 후보로 떠오르면서 미국의 경제 정책이 ‘좌클릭’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거 복지 확대 등 해리스 부통령이 이전부터 보였던 진보적 행보 때문이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욕 월가와 워싱턴 정가는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될 경우 복지와 기후변화 지원을 늘려 확장적 재정 정책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리스는 2019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총 10조 달러의 공공·민간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는 바이든 정부에서 시행 중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지급하는 예산 1조 6000억 달러를 6배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해리스는 2017년 버니 샌더스 전 상원의원과 함께 모든 2년제 대학과 4년제 공립대학의 중산층 이하 학생의 수업료를 무상으로 제공하자는 법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주로 2년제 대학에 한해 무상 교육을 제공하는 데 주력했고 이 계획도 IRA 협상 과정에서 폐기됐다”며 “만약 해리스가 당선되면 이 계획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 정책과 관련해 그는 2019년 경선 당시 10만 달러 미만 세입자에게 세금 공제를 제공하고 주택 대출 차별 해소를 위해 100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AI 산업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규제보다 업계의 자율 규제를 선호하고 있다. 반면 해리스는 AI 규제 옹호론에 앞장서는 입장이다. 해리스는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AI 관련 행사에서 “역사를 보면 정부의 강력한 관여와 규제가 없을 때 일부 기술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안위보다 돈벌이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고 비판했다. 만약 해리스가 규제론을 강화한다면 실리콘밸리의 표심이 친기업적인 공화당으로 넘어가는 최근의 흐름을 부추길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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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해리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정책적으로 대척점에 선 분야로는 세금이 꼽힌다. 2019년 경선 당시 해리스는 교사 급여 인상을 주장하며 3000억 달러의 재원을 부유층의 재산세 인상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당시 해리스는 법인세를 21%에서 35%로 인상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바이든이 추진했던 28%보다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인세율에 대해서는 15%까지 낮추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현행 21%에서 20%로 인하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 분야에서도 트럼프와의 대립각이 명확하다. 그는 대북 문제와 관련,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유화 행보를 비판했다. 2019년 해리스는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나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교환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보장하겠다”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22년 9월 방한 당시에는 “북한에는 악랄한 독재정권,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 인권침해가 있다”고 신랄한 비판을 내놓았다. 검사 출신으로 평생 불법행위와 싸워온 이력, 흑인과 인도계라는 소수인종으로 인권문제를 중시해온 성향이 대북·대중 정책 등 외교에 있어서도 바이든보다 강경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리스가 바이든 캠프의 대선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이날 공식 명칭을 ‘해리스 포 프레지던트(Harris for President)’로 바꿨다. 통신은 “이는 해리스가 바이든의 정치적 운명을 물려받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해리스가 큰 틀에서 바이든 캠프의 대선 공약을 계승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11월 대선까지 100일도 남지 않은 점 △그동안 해리스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정책 행보를 함께한 점 △현직 대통령의 재선 포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봉합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점도 큰 폭의 정책 수정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다. 투자은행 BTIG의 정책연구책임자인 아이작 볼탄스키는 “바이든 대선 완주에 우려가 나온 것은 그의 건강과 역량 때문이었지 정책 때문이 아니었다”며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연속선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책 변화 여부가 해리스의 개인적 성향보다 상·하원의 권력 구조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해리스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상원과 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할 경우 법인세 강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이 경우) 해리스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만들어놓은 일시적 세금 감면 법안을 연장하도록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 외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지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도 민주당의 대선 잠룡으로 꼽히고 있다. 휘트머 주지사는 앞서 포드자동차 등 미시간 내 대기업들의 투자를 위한 보조금 확대를 지지하는 등 당내 친기업 인사로 평가받는다. 뉴섬 주지사의 경우 바이드노믹스 지지자로 분류되며 특히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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