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보증여력도 바닥…금융취약층 지원 축소 위기

◆서금원 대위변제 상반기 8000억

빚 상환 포기하는 차주 계속 늘어

3개월 이상 연체시 대위변제 진행

기금 고갈땐 추가 지원 대상 줄여

당국 "경제적 자립 방안 재점검"





서민금융진흥원이 올 상반기에만 8000억 원이 넘는 대출을 대신 갚아준 것은 돈을 빌린 차주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상환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함께 이어지면서 스스로 돈을 벌어 대출을 갚을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햇살론’ 등 서금원의 금융 취약 계층 지원 사업이 사회안전망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같은 속도로 대위변제에 기금이 고갈되면 추가 지원 대상이 줄어들 수 있어 우려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금원이 차주 대신 갚아준 ‘햇살론15·17’의 규모는 총 2744억 원으로 정책서민금융 상품 중 대위변제액 규모가 가장 컸다. 대표 상품인 햇살론15는 신용 평점 하위 20%의 취약 계층에 최대 2000만 원을 연 15.9%로 3년 또는 5년간 빌려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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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원은 민간 금융사로부터 출연받은 재원을 바탕으로 금융 취약 계층의 대출에 보증을 제공한다. 은행들은 서금원이 제공하는 보증을 바탕으로 대출을 신청한 금융 취약 계층에 대출을 공급한다. 서금원 관계자는 “채무자에게 3개월 이상 연체가 발생하는 경우 금융사는 서금원에 대위변제 청구를 할 수 있다”며 “대위변제가 완료되면 서금원은 구상권을 청구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채무조정제도 등을 안내하면서 추가 연체 없이 상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취약 계층이 빚 갚기를 포기하는 것은 고금리·고물가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 장기화로 서민의 부실 여신 비율이 증가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자생적으로 경쟁하고 버티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금원의 대위변제액이 늘면서 서민 금융 지원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기 불황으로 정책금융 상품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한정된 재원에서 대위변제를 하다 보면 신규 차주에 대한 지원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신규 저신용자 지원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금융사의 변제율 상향을 꼽는다. 서금원은 현재 근로자햇살론·햇살론뱅크에 대해 90% 보증하고 나머지 상품은 100% 보증하고 있다. 만약 근로자햇살론으로 1000만 원을 대출받은 차주에게 대위변제를 해야하는 경우 현재는 대출을 내준 은행이 100만 원, 서금원이 900만 원에 대해 보증하고 있다. 서금원 관계자는 “금융권과 충분한 합의를 통해 은행의 연체 보증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경우 서금원이 감당해야 하는 대위변제액이 줄면서 더 많은 최저신용자에게 대출을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 취약 계층의 상환 능력을 개선해 자립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 당국도 취약 계층의 경제적 자립과 채무 상환 능력 제고에 무게를 두고 서민 금융 지원 체계 손질에 나선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올 5월 서금원·신용회복위원회 등 서민 금융 유관 기관과 민간으로 구성된 ‘서민·자영업자 지원 방안 마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고용 지원 등을 통해 경제적 자립 및 상환 능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형주 금융위 상임위원은 “서민·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을 제고하고 서민 금융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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