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형사사법시스템의 개선점을 모색하기 위해 법무부장관 자문기구인 형사사법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고 22일 밝혔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와 재판이 지연되고, 범죄가 조직화·국제화됨에 따라 달라진 범죄 환경과 증거 방식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형사사법제도의 운영실태를 점검하고, 관련 개선안을 마련해 건의하는 형사사법특별위원회 위촉식을 개최했다.
위원장으로는 헌법·형사사법 전문가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위촉하고, 판사·검사·변호사 등 전문가 22명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형사사법특별위원회는 이날 열린 회의에서 수사권 조정 등 최근의 형사사법 시스템 변경 이후 발생한 실무상 문제점 등에 대해 논의하고, 우선 확인된 기초 통계를 공개할 것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0년 이전 5~6% 선이던 경찰의 6개월 초과 사건은 수사권조정 이후인 2022년에는 14%로 급증했다.
특히 사기·횡령·배임 등 재산 범죄 사건의 수사 지연이 뚜렷해진 점이 특징이다. 복잡한 법리 판단을 요하는 배임 사건의 경우 경찰의 6개월 초과 처리 사건이 2020년 19.4%에서 2022년 49.8%로 급증했다.
법무부가 이날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보완수사요구 및 재수사요청 사건이 3개월 이상 소요되는 비율도 40% ~ 60%선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완수사요구·․재수사요청 등으로 사건번호가 변경되는 경우, 현재는 사건 이력이 확인되지 않아 실제 한 사건의 개시부터 종결까지 최종 소요기간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사건 송치 후에도 상당 기간이 추가 소요되어 사건지연이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책임 수사 약화 지적에 대검찰청은 올해 10월 도입되는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검경 간 사건 처리 이동 내역을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재판 진행도 해마다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법원 사법연감에 의하면, 형사합의부 사건을 기준으로 접수일부터 1심 선고까지 걸리는 처리 기간은 평균 6.8개월이다. 이는 지난 2020년(5.9개월), 2021년(6.6개월)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지방법원 항소심의 경우, 선고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2020년 6.0개월, 2021년 6.3개월, 2022년 7.2개월로 1심 재판보다 더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위촉식에서 “수사권 조정, 이른바 ‘검수완박’을 거치며 범죄 대응 역량은 약화됐고, 많은 국민들은 지연된 수사와 재판으로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며 “지금은 국민들께서 진정으로 원하는, 그리고 가장 만족하실 만한 바람직한 형사사법시스템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해 그 개선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