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 사흘 만인 24일(현지 시간) “나는 이 자리(대통령직)를 존중하지만 내 나라를 더 사랑한다”며 “새 세대에 횃불을 넘기는 것이 전진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은 6개월의 임기에 집중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하며 공화당 일각의 대통령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2024년 대선을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으로 규정하고 “민주주의는 그 어떤 직함보다 중요하며 이를 구하는 데 개인적 야망(재선)을 포함해 그 무엇도 방해물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은 전진과 퇴보, 희망과 증오, 혼돈과 통합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며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취임 첫날만큼은 ‘독재자가 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듯 “왕과 독재자가 국민을 통치하지 않는다. 미국의 위대한 점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후보 사퇴가 ‘고령 논란에 떠밀린 것’이 아닌 ‘국민 통합을 위한 결단’이라고 의미와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질을 꼬집은 것이다.
민주당의 새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경험 있고 터프하며 유능하다”면서 “그는 내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파트너였고 우리나라를 위한 리더였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이제 선택은 여러분 미국 국민에게 달려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의 계획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열심히 일하는 가정들을 위해 (생활) 비용을 계속 낮추고 우리의 경제를 계속 성장시킬 것”이라며 “나는 투표권부터 선택권까지 우리의 개인적 자유와 시민의 권리를 계속해서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식과 인질 귀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인도태평양 동맹 강화 등 자신의 추진해온 외교정책도 임기 말까지 밀어붙이겠다고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후 대선 구도가 신속히 재편된 가운데 지지율 조사 결과는 백중지세를 보이고 있다. CNN방송이 여론조사 기관 SSRS에 의뢰해 이달 22~23일 1631명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양자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9%의 지지율로 오차범위(±3%포인트) 내에서 해리스 부통령(46%)을 앞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지지율에 비해서는 격차가 줄었다는 게 CNN의 설명이다.
한편 폭스뉴스는 이날 민주·공화당 선거 캠프에 9월 17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토론을 하자는 서한을 보냈다. 양측은 제안에 아직 답하지 않았으나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초반 지지율 강세를 ‘허니문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고 “TV 토론으로 맞붙자”고 압박하고 있다. 그는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유세를 벌이며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우리나라를 파괴할 극단주의적인 좌파 미치광이”라고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