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큐익스프레스 상장 위해 무리한 확장…'구 대표 책임론' 거세진다

■'티메프' 대란 후폭풍…계열사로 피해 확산

큐텐, 2년간 5곳 '지분교환' 인수

계열사 돈까지 끌어와 사세 키워

자금력없이 돌려막다가 화 자초

최대 70일 이후 정산 시스템 악용

판매자에 줄 돈 전용 가능성도

티몬에서 구입한 여행상품 등을 환불 받기 위해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사무실을 찾은 고객들이 공간 부족으로 밖에까지 나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권욱 기자티몬에서 구입한 여행상품 등을 환불 받기 위해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사무실을 찾은 고객들이 공간 부족으로 밖에까지 나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권욱 기자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대금 정산 및 구매자 환불 지연 사태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모기업 큐텐의 무리한 몸집 불리기와 대금 돌려막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금력이 달리는 큐텐이 2년간 모두 5개의 e커머스 플랫폼을 사들이는 등 확장에만 몰두하다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정산 시스템을 악용한 티메프의 판매 대금 돌려막기도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큐텐그룹의 불투명한 재무상태 및 경영과 관련해 대주주인 구영배 대표에게 책임을 묻고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가 2010년 설립한 큐텐이 최근 2년간 인수한 국내외 e커머스 업체는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글로벌 플랫폼 위시, 애경그룹 온라인 쇼핑몰 AK몰 등 모두 5개다. 2021년부터로 범위를 넓히고 인수를 시도했던 플랫폼까지 합치면 7곳에 달한다. 큐텐은 2021년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11번가 인수를 위해 실사까지 진행했다.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큐텐이 단기간에 많은 업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던 것은 ‘지분 교환’ 및 ‘지분 담보 제공’ 방식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큐텐은 2021년 이베이코리아(현 G마켓)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적격 인수 후보 리스트에서 탈락한 바 있다. 이후 큐텐은 2022년 지분 교환 방식으로 티몬을 인수했다. 위메프를 인수할 때도 같은 방식을 활용했다. 심지어 11번가마저 지분 교환 방식으로 인수하고자 했으나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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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커머스의 경우 지분을 직접 인수했지만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현금 투입을 최소화했다. 인터파크커머스를 매각한 야놀자(인터파크트리플) 측은 매각 미수금에 대한 담보로 큐익스프레스와 인터파크커머스 주식 일부에 2280억 원가량의 담보를 설정한 상태다. 야놀자가 큐텐에서 받아야 할 매각 미수금은 지난해 말 기준 16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큐텐의 문어발식 확장은 산하 물류 기업인 큐익스프레스의 사업 규모를 키워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려는 계획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러 e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해 큐익스프레스의 거래 규모를 키워 상장할 때 더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세를 키우기 위해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고자 계열사 자금을 끌어다 쓴 정황도 포착된다. 큐텐테크놀로지(옛 지오시스)와 큐익스프레스 등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큐익스프레스는 싱가포르 법인에 1168억 원을 빌려줬다. 큐텐테크놀로지는 큐텐코리아와 큐브네트워크 등에 178억 원을 대여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에 280억 원, 큐텐테크놀로지에 215억 원을 각각 대여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위메프마저도 큐텐에 131억 원을 빌려줬다. 큐텐이 피인수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금을 투입한 정황은 찾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큐텐 재무구조마저 좋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싱가포르기업청에 따르면 큐텐의 2021년 기준 결손금은 4310억 원이다.

자금 확보를 위해 셀러들에게 정산할 대금에도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 티몬의 경우 현재 물건이 판매되면 해당 월 말일을 기준으로 40일 이후에 셀러들을 대상으로 대금을 지급한다. 월초에 제품이 판매됐다고 가정하면 최대 70일 이후에 셀러에게 대금이 정산되는 셈이다. 그 기간 동안 티몬이 해당 대금을 전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네이버·G마켓 등 다른 플랫폼의 경우 대체로 구매 확정 익일에 판매 대금을 지급한다.

구 대표 책임론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것은 큐텐이 이번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큐텐 인사들이 티몬과 위메프 재무와 감사 등 요직을 차지하고 경영에 깊숙이 개입한 점도 구 대표 책임론에 힘을 싣는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티몬·위메프가 갑자기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고객에게 갈 돈을 큐텐이 다른 데 사용했다는 의미”라며 “구 대표가 그룹 차원에서 사태를 해결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 피해 입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김남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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