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제가 다른 이들을 도와야죠.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서는 제가 스스로 더 성장해야 합니다. 고향인 캄보디아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여자프로당구(LPBA)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사진) 선수는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어느 나라나 ‘서로 돕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도움을 주는 것을 나부터 실천하면 도움을 받은 사람이 또 언젠가 다른 사람을 돕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990년 캄보디아 캄퐁참에서 출생한 그는 2010년 충북 청주로 시집을 왔다. 당시 평범한 다문화가정의 주부였던 그는 남편을 따라갔던 당구장에서 처음 당구를 쳐봤다. 이때 재능을 발견하고 2011년 당구에 입문한 뒤 2016년 프로로 데뷔했다. 이후 피아비 선수는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국내 여자당구계를 평정했다. 이 같은 스토리는 국내는 물론 캄보디아에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캄보디아 특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캄보디아에서는 ‘국민 영웅’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에서 당구 선수로 이름이 알려지니 캄보디아에서도 제가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고향에 가면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고, 만나는 사람들이 ‘캄보디아를 위해 열심히 활동해줘서 고맙다’고 응원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고 저도 캄보디아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죠.”
그는 2019년 캄보디아에 구충제 1만 개를 후원하고 일부 학교에 학용품과 컴퓨터를 지원했으며 캄보디아스포츠연맹에 기부금을 냈다. 조국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을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본격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캄보디아에는 의약품 등이 부족해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고 교육기관·교육시설도 부족해 많은 캄보디아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도 못 받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캄보디아에는 뚜렷한 목표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자부심과 애국심을 갖게 해주고 싶어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피아비 선수는 2020년 ‘피아비한캄사랑재단’을 설립했다. 캄보디아 국민들을 체계적으로 돕고 그 범위도 넓히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롯데복지재단과 함께 캄보디아에 2500만 원 상당의 학용품과 위생용품·여성용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피아비 선수는 “롯데복지재단이 2500만 원을 지원하고 피아비한캄사랑재단이 물품을 구입해 전달하는 방식이었다”며 “한국의 기업과 복지 관련 재단들, 의료인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고마울 따름”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피아비 선수는 캄보디아뿐 아니라 한국에도 도움의 손길을 줄 계획이다. 고향에서 감자 농사를 짓다 한국에 시집와 평범하게 살 것으로 생각했던 피아비 선수를 한국이 ‘한·캄 스타’로 만들어줬으니 그에 보답해야 한다는 게 피아비 선수의 지론이다.
그는 “한국인들이 캄보디아인들에 비해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은 맞지만 한국에도 어렵게 사는 저소득층은 있다”며 “한국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고 한국의 저소득층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아비 선수는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일은 자신이 당구 활동 외에 할 수 있는 최대의 사업이기 때문에 ‘대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0세 때 한국에 와서 너무 훌륭한 남편을 만나 이렇게 당구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돈 많은 나라’라고만 알고 있던 한국에 와보니 사람들의 평온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는데 이는 한국인들의 삶이 상향 평준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고민해보니 한국과 캄보디아의 차이는 국민의 ‘건강함’과 ‘교육’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향 캄보디아에 이런 것들을 아낌없이 지원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