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검·중앙지검 화해 모드에도…불씨로 남아 있는 檢 보고사무규칙[안현덕 전문기자의 LawStory]

이 총장 “신속·공정 수사” 지시에…이 지검장 “소통 수사”

겉으론 평화적 분위기이나…실상 갈등의 불씨는 여전해

김 여사 지연 보고가 충돌지점인데…여전히 수사 진행중

이 총장 수사 지휘 배제 그대로…보고 의무 규정도 있어

기소 여부 등 지체 보고·의견 엇갈릴 때는 재차 충돌 가능

이원석 검찰총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원석 검찰총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사이 화해 모드가 조성되고 있으나 ‘갈등 봉합’을 언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이원석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이 복원되지 않은 데다 김 여사를 겨냥한 수사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등 충돌 요소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때문이다. 게다가 ‘중대 사건의 경우 일선 검찰청이 대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향후 김 여사 기소 여부 등 결정 과정에서 충돌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25일 주례 정기 보고에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현안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검장은 “대검과 긴밀히 소통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보고했다. 신속·공정한 수사를 강조한 이 총장 지시에 이 지검장이 ‘소통’이라는 단어로 응답하면서 양측 사이 갈등의 실타래가 풀리는 듯한 모습이다. 대검·서울중앙지검이 당시 같은 메시지를 언론에 공지한 점도 갈등을 이어가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민주주의진흥재단(NED)에서 열린 북한인권간담회에서 북한 억류 피해자와 유족, 북한인권 개선 활동 중인 탈북민, 북한 전문가 등을 만나 북한의 인권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민주주의진흥재단(NED)에서 열린 북한인권간담회에서 북한 억류 피해자와 유족, 북한인권 개선 활동 중인 탈북민, 북한 전문가 등을 만나 북한의 인권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평화적 분위기가 조성된 듯 보이지만, 실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양측은 김 여사를 지난 20일 제3의 장소에서 불러 조사한 내용을 이 지검장이 이 총장에게 10시간 가량이 지난 후에 보고하면서 충돌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으로 보고되는 과정에서 3시간 이상 시차가 발생한 사실도 전해졌다. 수사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조사를 마친 당시 오후 7시 40분~8시께 이 지검장 등 지휘부에 김 여사에 대한 최초 조사 준비를 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대검에 보고가 전달된 시간은 11시 22분께로 3시간 20여분 시간 차가 있다.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수사의 경우 이 총장에 대한 보고 대상이 아니다. 지난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수사 지휘권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반면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보고받을 권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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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사무·정보보고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는 ‘검찰보고사무규칙’에 따른 것이다 검찰보고사무규칙(법무부령)에서는 ‘피의자 또는 피해자의 신분·범행 방법·결과가 특이·중대하거나 언론 매체에 크게 보도돼 사회의 이목을 끄는 중대한 사건의 경우 각급 검찰청의 장이 상급 검찰청의 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동시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상급 검찰청의 장에게 보고할 수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 사회적 이목을 끌거나 주요 인물에 대한 수사는 소환 조사, 영장 청구, 증언 내용 등까지 수사팀에서 대검에 세세하게 보고한다”며 “중대한 사건이라면 과정 하나하나를 쪽지나 문자로도 자세하게 보고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 대한 이른바 ‘정밀 보고’가 규정상 명시돼 있었으나 이 총장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대검 감찰부가 향후 해당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진상 파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해당 규정은 향후 수사는 물론 진상 파악 과정에서도 충돌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대검은 ‘수사가 진행 중이니 진상 파악 일정을 늦춰 달라’는 이 지검장 요청에 따라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상 파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들 과정에서 검찰보고사무규칙은 잘잘못을 따지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이 지검장이 아무런 이유 없이 늦게 보고했다면, 대검 감찰팀은 해당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법무부 장관에게 우선 보고하느라 이 총장에게 알리는 게 늦어졌다면 별 다른 문제가 없다. 해당 규정에서 특별한 사유가 있을 시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상급 검찰청의 장에게 보고한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의 혐의 유무에 대한 판단을 두고 대검·서울중앙지검 사이 의견이 엇갈리거나,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으면 양측은 재차 충돌할 수 있다. 검찰의 보고·사무의 적정한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검찰보고사무규칙이 이른바 ‘검·검 갈등’의 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결론에 대한 의견이 엇갈릴 경우 이 총장이 향후 보완 수사 지시나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 총장 임기가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양측 사이 별다른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르면 내달 초 차기 검찰 수장 인선 절차가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어 이 총장이 강하게 이견을 제기하거나, 감찰 등을 지시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장의 임기는 오는 9월 15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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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덕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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