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IN 사외칼럼

‘다름’이 주는 힘 [조은서의 문화가 있는 삶]

■조은서 서강대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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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와 ‘틀리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혼용하는 단어 중 하나다. 과연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네이버 국어사전을 통해 각 단어의 정의를 살펴보면,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를 의미하며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개념만 놓고 보았을 때, 각 단어들은 꽤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주 일상생활에서 두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한다. “나랑 너는 틀려”, “네 생각은 틀린거야” 등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닌 상황에서 상대를 틀렸다고 규정하곤 한다. 이러한 반응은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를 규정하고 단정지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무차별적인 단어 사용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긴 했지만,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었다. 그렇게 혼용되는 두 단어에 대해 의문이 생기던 중, 한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이상한 선택은 없어, 다른 선택만 있지.” 2019년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배타미 역을 맡은 임수정 배우가 박모건 역을 맡은 장기용 배우에게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설명하면서 전하는 대사이다. 나는 이 문장이 드라마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대사는 ‘틀림’의 몰인정이 아니라, 인정을 통한 ‘다름’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배타미, 차현, 송가경이라는 세 여성 캐릭터가 포털 회사에 근무를 하며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며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또 함께 자신의 삶과 사랑을 그려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해당 글에서는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장면을 통하여 우리 사회에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 드라마는 배타미, 차현, 송가경이라는 세 여자가 포털 사이트 운영 회사에 근무하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타미는 ‘유니콘’이라는 포털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 누명을 쓰고 다른 포털 회사인 ‘바로’에 가게 되는 인물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으며, 성공에 대한 욕심이 있는 편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편법이나 협박, 여론을 선동하는 것에 대해서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차현은 ‘바로’에서 근무를 하는 회사원으로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는 시원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정의로움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송가경은 ‘유니콘’에서 배타미와 함께 근무를 하던 인물로, 정략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게 되지만 시어머니의 압박 속에서 살아가며 항상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는 인물이다. 세 인물은 각자 다름을 가지고 있어, 하나로 어우러지기 어려워 보인다. 현실 세계에서, 대부분의 결말은 서로에게 화를 내며 등을 지거나 자연스럽게 사이가 멀어지며 인연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각자 가진 개성을 받아들이면서 화합을 이루어 나갔다. 그리고 그 과정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힘이 한 개인이 만들어내는 힘보다 더욱 크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자신과 정반대의 사고를 가진 사람을 만난 경험이 있는가? 처음에는 말도 안 통하고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지 도통 의중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나의 경우 올초 서울경제신문에서 진행하는 대외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서포터즈 미션 중 1020세대를 타겟팅하여 ‘서울경제’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마케팅 홍보 아이디어 기획안을 제출하는 그룹 PR을 준비한 적이 있었다. 그룹 미팅 전, 각자 주어진 평가 기준에 맞추어 ‘어떻게 기업 이미지를 청년세대에게 친숙하게 만들까?’에 대해 방법을 고민하였다. 그런데 평가 기준에 있는 ‘참신성’에 대한 이해에서 구성원 간에 의견 갈등이 발생했다. 평가 기준에서 ‘참신성’이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해석이 달랐던 것이다. 당장 나의 주장을 상대방에게 납득시키는 것에 급급했기에 정작 함께 좋은 결과물을 가지고자 했던 본질은 뒷순위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팀원들은 각자 자신의 생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기 바빴다. 결국 목적의 본질인 마케팅은 밀려나고, 각자의 생각을 피력하는데 혈안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의견의 타협점을 찾지 못했고, 분위기가 급속도로 안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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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바로’가 다른 경쟁 회사인 ‘유니콘’으로부터 점유율 1등을 쟁취하고자 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한 일이 있었다. TF팀 팀장인 배타미와 소셜 본부장인 차현의 의견이 지속적으로 충돌을 한 것이다. 같은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동일한 목표를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앞세우다 보니 정작 큰 목표와 더불어 팀의 전체 분위기가 안 좋아진 것이다. 이들도 결국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였고, 마침내 만년 2위에서 벗어나 시장 점유율 1위를 가져올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각자 고안해낸 홍보 방식 또는 마케팅 방법이 다르다고 한들, 그것이 ‘틀린’ 방식은 아니지 않는가?

2024년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는 인터넷 상에서 많은 갈등과 혐오가 일어나는 상황에 직면했다. 성별, 나이, 직업, 임금, 정체성이나 가치관 등 사소한 차이 하나로부터 시작해서 엄청나게 큰집단간의 갈등을 만들어내고, 이는 또 다른 차별과 갈등을 연쇄적으로 발생시킨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나와 같은,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필자가 경험했던 조별 발표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 또는 언급한 드라마 속 상황과 같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부딪히는 현실은 다를 수 있다. 그런 상황일 수록, 우리가 잊고 살았던 ‘다름’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개성을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회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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