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살해하고 매장한 혐의로 기소된 친부모와 외할머니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1형사부(문주형 김민상 강영재 고법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아기 친부 A 씨와 외조모 B 씨, 이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친모 C 씨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4년,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앞서 원심은 A 씨에게는 징역 6년을, B 씨에게는 징역 5년을, C 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피고인들 모두 각 1년씩 감형된 것이다.
A씨 등 가족은 지난 2015년 3월 다운증후군이 의심되는 영아를 출산 당일 방치해 숨지게 한 뒤 인근 야산에 매장한 혐의로 기소됐다. 진술을 토대로 아기 시신을 찾기 위해 경찰이 수차례 수색했지만 끝내 시신은 찾지 못했다.
이들의 범행사실은 경기도 용인시가 출생신고 없이 임시 신생아 번호로 남아 있는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수사기관은 A씨 등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기가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날 것을 미리 파악한 뒤 사전에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봤다.
이들 가족은 1심 법정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전면 '무죄'를 주장했다. 낙태 수술을 했는데도 아기가 살아서 태어나 외조모인 B 씨에게 인계했고 이후 '자연사'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낙태하려고 지불했다는 현금 500만원은 낙태를 위한 금액으로 보기에 적절치 않고 제왕절개를 한 금액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불법 낙태시술이면 적절한 치료기록 내지는 그와 관련한 고지를 했어야 하는데 이를 확인할 수 없고, 피고인이 애초 제왕절개를 목적으로 그 대가를 지급하고 시술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항소심에서 병원 원장이 피고인측 증인으로 출석했음에도 피고인측이 낙태 수술을 요구했지만 거절해 제왕절개 수술을 했을 뿐이다라고 분명히 증언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임신 34주차의 태아에 대한 범행으로 피고인들의 책임이 매우 무겁다"면서 "다만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도 공소사실을 다투긴 하나 객관적인 행위는 모두 인정하고 후회하며 반성하는 점, 2000만 원을 공탁하기도 한 점 등 기타 여러 사정을 종합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