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고용 시장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발간한 ‘2023 ICT 인력동향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ICT 전체 산업의 생산액은 504조 6506억 원으로 2022년 547조 4174억 원에 비해 7.8%(42조 7668억 원) 감소했다. 산업 성장으로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여주는 ‘고용 탄성치’는 -0.21로 전년(6.29) 대비 큰 폭으로 후퇴하며 2015년(-1.20) 이후 8년 만에 마이너스 전환됐다.
고용탄성치는 수치가 클수록 산업 성장에 견줘 고용 확대 규모가 크다는 의미다. 인력동향실태조사 기준이 2022년부터 바뀌면서 지난해 고용 탄성치가 과하게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ICT 산업 생산액 1% 성장 시 고용창출인구도 -262명으로 전년(7079명) 대비 급감했다.
같은 기간 ICT 산업 인력은 122만 276명에서 124만 717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기업들이 고용 여력이 크게 줄었음에도 채용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산업 생산규모의 급격한 후퇴 속에 ICT 산업의 고용 확대 능력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용이 증가하면서도 고용 탄성치가 감소했다는 건 경제 구조의 비효율성이 커졌다는 것으로, 고용의 위기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산업 구조 개선 및 효율성 향상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ICT 산업 생산액의 급감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었고 다른 분야에서도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난 탓이다. 올해 반도체 산업이 반등하면서 수출 증가가 나타나고 있지만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으로 내수 시장의 회복세는 가시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고용 여력이 부족해진 기업들이 자동화에 더욱 속도를 내면서 ICT 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출이 늘어도 국내에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취업률이 낮아지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법인세 인하 등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국내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