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신과에서 손발 묶여 사망" 유족 고소…의료진 '방치' 여부가 관건

양재웅 씨 운영 정신병원에 입원 17일만 숨져

'장폐색' 사망 소견…"병원 방치로 숨져" 주장

지속적 상태 확인 등 적절한 조처 여부 쟁점될 듯

지난 5월 27일 부천 W병원에서 30대 여성 A씨가 강박 조처되는 폐쇄회로(CC)TV 장면. 연합뉴스지난 5월 27일 부천 W병원에서 30대 여성 A씨가 강박 조처되는 폐쇄회로(CC)TV 장면. 연합뉴스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강박된 환자가 방치된 끝에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0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부천 W정신병원에서 30대 여성 A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이 지난달 말 고소장을 제출했다. W정신병원은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정신건강의학과 양재웅 씨가 원장으로 재직 중인 의료기관이다.

A씨는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지 17일 만에 숨졌다. A씨는 입원 이후 배변 활동에 어려움을 겪어 복통 증상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A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격리실 문을 두드리자 간호조무사와 보호사가 안정제를 먹이고 침대에 강박 조처를 한다. 2시간 뒤 A씨는 복부가 팽창한 채 코피를 흘려 결박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종적인 사망 원인이 가성 장폐색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들은 “병원 측이 A씨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며 유기치사·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양 씨를 포함한 병원 의료진 6명을 고소했다. 지난달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도 진정을 접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 접수 후 아직 고소인·피고소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최종적인 혐의 적용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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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CCTV 영상과 진료기록 등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8월 이후에는 양 씨 등 피고소인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양 씨는 전날 “입원 과정 중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본인과 전 의료진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며 “고인과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져 계실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진심 없는 사과가 아니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두고 A씨가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한 상황에서 형법상 의료진이 필요한 조처를 충분히 취했는지 여부를 두고 책임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경우 환자가 구조를 요하는 상황에서 병원에서 환자에 대해 관찰하고 의료진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 측의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유기치사죄는 의사가 환자를 방치한 상태에서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기치사죄는 의사들이 병원에서 별다른 조치 없이 환자를 완전히 방치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하기 때문에 인정되는 경우가 드물다.

한편 반복되는 정신병원 격리·강박 상황을 두고 인권위는 헌법상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B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던 70대 C 씨가 병실 침대에 사지 강박된 후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태로 장시간 묶여 있었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인권위는 B 정신병원에게 “격리·강박을 명시된 공간에서 하고 타인으로부터 인격이 보호되는 장소여야 한다”는 내용의 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권고에서 언급된 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에 따르면 격리나 강박이 시행되면 의료진과 직원들은 환자의 요구사항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임상적으로 적절한 관찰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환자 및 직원의 상해를 방지하기 위해 적정한 수(의사·간호사 등 의료인이 포함된 2명 이상)의 훈련된 직원들의 격리·강박 수행도 필요하다. A씨의 사망에 대해 해당 지침이 적절히 지켜졌는지 여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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