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RSV 백신은 국가 필수 무료 백신 외 추가적인 면역 형성에 사용되는 프리미엄 백신이다. 프리미엄 백신은 일반 필수예방접종 백신보다 가격이 높다. RSV는 결막이나 코의 점막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로 재채기, 코막힘, 인후통, 발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영유아와 노인은 폐렴, 모세기관지염 등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RSV로 매년 16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RSV는 영유아 입원의 주된 원인으로 전 세계 영유아 90%가 2세 전 RSV에 감염된다.
RSV 바이러스는 1956년 처음 발견됐지만 백신 개발은 1년이 되지 않는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아렉스비’는 RSV 백신 중 가장 먼저 출시됐다. 작년 5월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판매 승인 받았다. 같은 달 화이자의 ‘아브리스보’도 같은 적응증으로 판매가 승인됐다. 같은해 7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사노피가 공동개발한 24개월 미만 영유아용 RSV 예방 항체주사제 ‘베이포투스’가 FDA 승인을 받았다. 베이포투스는 항원을 사용하는 백신과 달리 항체를 활용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모더나는 올해 5월 미국에서 60세 이상 대상 RSV 백신 ‘엠레스비아’ 허가를 받았다. RSV를 예방하는 세계 최초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RSV 백신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최근 영유아와 60세 이상에게만 접종하던 RSV 백신 연령 제한이 완화되면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FDA는 지난달 아렉스비의 접종 대상을 50대 고위험군 성인까지 확대하도록 승인했다. 당초 아렉스비는 60세 이상만 접종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기관 SVB 리링크는 2030년까지 RSV 백신 시장이 105억 달러(약 13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올해 4월 사노피의 베이포투스가 품목 허가를 받았다. 사노피는 RSV 유행 시기에 맞춰 올해 안으로 유통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RSV 예방주사가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는 미숙아만 RSV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국산 RSV 백신은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유바이오로직스(206650)는 RSV 백신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1상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mRNA 방식의 RSV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차세대 폐렴구균·인유두종 바이러스·대상포진·범용 코로나·RSV 백신을 5대 블록버스터로 키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