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여름 성악학교인 ‘게으르그 솔티 아카데미’가 한국을 찾아 세계적인 성악 인재 발굴에 나섰다. 교육생으로 선발된 8명 중 한 명은 내년 여름 이탈리아 본토에서 진행되는 벨칸토 코스에서 ‘인생 레슨’을 받는다.
3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기자간담회에서 조나단 팹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예술감독은 “한 음만으로도 슬픔부터 여러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음색을 주로 보고 교육생을 선발했다”며 “그저 환상적인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의 드라마나 감동을 줄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고 교육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예술의전당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국내의 오페라 인재를 지속 발굴하고자 하는 게 솔티 아카데미의 목표다.
이번 한국행이 성사된 데는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 졸업생인 세계적인 소프라노 박혜상씨의 역할이 컸다. 박혜상은 2013년 미국 줄리어드대 재학 당시 마스터 클래스로 처음 팹 감독을 만난 뒤 다음 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벨칸토 코스’ 교육에 참여했다. 박혜상은 “참가자들을 보면서 10년 전 아시아에서 온 조그마한 친구였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며 “한국인들이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데 어떤 벽을 깨고 자신의 의견과 마음을 과감하게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전공생들은 죽음을 앞둔 이의 심정을 담아 노래해야 하는 순간에도 예쁜 노래를 하기 위해 애쓰는 경향이 있다”며 “방법을 바꿔 앞에 있는 종이도 찢어보게 하고 내 안의 분노를 끌어올리게 해봤더니 참가자들이 절박한 절규의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 성악가들은 국제 콩쿠르에서는 항상 상을 타는데 세계적인 무대에는 왜 서지 못할까’ 하는 오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며 “국제 무대로 가면 한국인은 ‘노래는 잘하는 인형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어떤 벽을 깨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오페라의 기본 언어가 되는 이탈리아어의 억양과 발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딕션 코치인 스테파노 바클라세로니와 소프라노 바바라 프리톨리, 지휘자 카를로 리치가 5일의 전 과정을 함께한다.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는 단순한 교육 과정이 아니다. 전공생들이 졸업 후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도기’의 성장을 지원하는 하나의 공동체다. 2004년 솔티 아카데미를 공동 설립한 캔디스 우드 대표는 “전공생이 프로 예술가가 되는 ‘과도기(트랜지션)’는 예술가 커리어에 있어 가장 힘든 시기”라며 “에이전시도 없어 누구도 도와주기 힘든 때 네트워크 연결부터 진로 상담까지 최대한 도와주는 분위기가 교수진뿐만 아니라 졸업생 사이에서도 형성돼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