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다음 주 초 자신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를 발표하고 주요 스윙스테이트(경합주)를 함께 방문해 합동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트럼프-밴스’에 맞서는 해리스 연합군이 본격 출격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주요 경합주 7곳 중 4곳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해리스 돌풍’이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3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르면 8월 5일 러닝메이트를 발표하고 다음 날인 6일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서 함께 유세를 벌일 계획이다. 선거인단 19명이 걸려 있는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대선의 승패가 달려 있는 최대 경합주로 꼽힌다. 해리스 부통령은 애리조나·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 등 나머지 경합주에서도 러닝메이트와 합동 유세를 계획하고 있다.
막바지 검증이 진행 중인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후보는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마크 켈리 상원의원(애리조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등 5명으로 좁혀졌다. 해리스 부통령과 러닝메이트의 첫 공동 유세 장소가 펜실베이니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셔피로 주지사의 발탁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선거전략가는 “펜실베이니아는 티핑포인트”라면서 “이를 고려하면 해리스가 누구를 선택할지는 꽤 분명해진다”고 내다봤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 캠프 관계자는 “첫 합동 유세 장소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라”며 일부의 관측에 선을 그었다.
해리스 부통령을 공식 대선 후보로 지명하기 위한 민주당 내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8월 1~5일 온라인으로 실시하는 대선 후보 선출 호명 투표에 해리스 부통령이 유일한 후보로 올랐다고 이날 밝혔다. 전국적으로 3923명의 대의원이 해리스 부통령을 민주당 후보로 지명해달라고 청원했으며 해리스 부통령은 참여 대의원 99%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DNC는 전했다. 최종 결과는 7일 발표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10여 일 만에 미 대선의 ‘트럼프 대세론’은 눈에 띄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이 여론조사 기관 모닝컨설트와 함께 7개 경합주의 대선 후보 지지율을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경합주 7곳 가운데 4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시간에서는 11%포인트나 앞섰고 애리조나와 위스콘신·네바다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각각 2%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가 이뤄진 펜실베이니아에서는 4%포인트,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2%포인트가량 뒤진 상태다. 조지아는 동률을 기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경합주인 조지아를 찾아 국경 문제 등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역공을 펼쳤다. 그는 국경 강화를 위한 초당적 법안이 연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된 점을 언급하며 “트럼프는 국경 안보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그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TV 토론을 둘러싼 트럼프 측의 모호한 태도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으면 내 얼굴을 보고 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 1만여 명의 지지자들이 몰린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이 아직 대선 레이스의 ‘언더독(약자)’이라며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대관식이 될 시카고 전당대회(8월 19~22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민주당의 전·현직 대통령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지원사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첫날 기조연설은 바이든 대통령이 맡을 예정인데 그는 현 정부의 주요 성과를 강조하면서 횃불을 다음 세대인 해리스 부통령이 넘겨받는 의미를 부여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