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프로젝트 2025






1979년 미국의 보수주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이사회에 참석한 빌 사이먼 전 재무장관과 잭 에크먼 전 연방총무청장이 하나의 구상을 제안했다. 198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차기 행정부를 위한 보수 의제와 행동 계획을 수립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시장경제, 작은 정부, 국가 안보 강화 등 보수 가치 실현을 위한 가이드북을 만드는 데 300명이 넘는 보수 성향 인사들이 참여했다. 3000쪽 분량의 최종 원고는 1980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당선자에게 전달됐고 이듬해 1월 ‘리더십을 위한 지침(Mandate for leadership)’이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레이건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인 1월 21일 첫 각료회의에서 이 책을 장관들에게 나눠줬고 레이건 집권 기간 2000개가 넘는 세부 정책 권고 중 60% 이상이 정책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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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헤리티지재단은 110여 개 보수 단체들과 함께 2년 뒤 대선에 출마할 공화당 후보에 보수 정권 운영을 위한 이념적 틀과 세부 정책, 인물 데이터베이스 등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프로젝트 2025’로 명명된 이 정책·인사 플랫폼은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듬해 4월 프로젝트 2025의 핵심인 992쪽 분량의 아홉 번째 정책 제언집 ‘리더십을 위한 지침:보수의 약속’도 출간됐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위기 규제와 사회 안전망 축소, 교육부·국토안보부·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해체,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와 대통령 ‘충성파’ 채우기 등 극단적 권고들을 담고 있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프로젝트 2025가 “심각하게 극단적”이라며 트럼프는 내용을 모른다고 거리를 뒀다. 하지만 트럼프 전 행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해 내놓은 정책 권고들 중 상당수가 트럼프 캠프의 공약과 겹친다. 법치주의, 자유주의,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극우 정책들로 가득 찬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의 청사진은 충격적이다. 헌법 가치와 상식을 위협하는 극단적 이념 편향이 확산되는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에 우리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신경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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