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들은 연인과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편일까? 또 정치 성향이 연애와 결혼에 장애물이 될까?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은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정치 성향이 다르면 연애나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 방안(Ⅹ)-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보사연이 작년 6~8월 19~75세 남녀 3천9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사회 통합도(0점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10점 매우 잘 이뤄지고 있다)에 대해 평균 4.2점을 줬다.
보사연은 2014년 이후 매년 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회 통합도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4.17점이었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하면서 2021년 4.59점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2022년 4.31점으로 하락했고 작년 다시 떨어졌다.
보고서는 "감염병이라는 공동의 적과 싸우는 과정에서 응집력 있는 사회로 변모했지만, 유행 확산기가 지나간 뒤 통합도가 다시 낮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은 코로나19가 지나가면서 높아졌고, 우울감은 하락했다. 10점 척도로 측정한 행복도는 작년 평균 6.76점으로 2021년 6.33점, 삶의 만족도는 5.9점에서 6.46점으로 올랐다. 우울감은 2.92점이었던 것이 2.57로 하락했다.
사회 통합도가 낮아진 것은 사회 갈등도(사회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4점 만점 평가) 상승한 게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다. 사회 갈등도는 2018년 2.88점에서 작년 2.93점으로 상승했다. 응답자들은 여러 갈등 사안 중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92.3%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봤는데, 이는 2018년 조사 때의 87.0%보다 5.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더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82.2%), 노사갈등(79.1%), 빈부 갈등(78.0%),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갈등(71.8%), 지역 갈등(71.5%)이 심각하다는 답변이 이어졌다.
정치 성향 갈등은 교제 의향에 대한 답변에서도 드러났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8.2%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을 할 수 없다고 한 것. 응답은 남성(53.90%)보다 여성(60.9%)에서, 청년(51.8%)보다 중장년(56.6%), 노년(68.6%)에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친구·지인과의 술자리를 할 수 없다고 답한 사람은 33.0%였고, 71.4%는 정치 성향이 다르면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 하지 않겠다고 했다.
보사연 측은 보고서에서 "대화와 소통이 단절되면 갈등이 해결되기는커녕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과 대립, 긴장과 반목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생각과 입장이 다른 사람과 조우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을 온·오프라인에서 조성해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