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폭락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금융 당국이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당국은 증시 낙폭이 과도한 측면이 있는 만큼 냉정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5일 금융위원회는 김병환 위원장 주재로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을 비롯해 한국거래소·국제금융센터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전 세계 증시가 큰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실물 경제나 금융 시장 여건에 비해 증시 낙폭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대외 악재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냉정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금융위·금감원은 관계기관과 함께 주식·외환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시장안정조치를 즉각 취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한국 증시가 대외 악재에 과도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인을 면밀 분석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증시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에 더해 증시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복현 원장도 “그동안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과 앤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시장 변동성 확대 위험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추진해 왔다”며 “국내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 외환건전성은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고 회사채 시장의 수급 여건과 금리 스프레드 등도 양호한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원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하겠지만 너무 지나친 공포감에 섣부른 투자 의사 결정을 하기보단 금융시장의 펀더멘털을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가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날 코스피 지수가 2441.55로 전 거래일 대비 234.64포인트(8.77%) 급락하고, 코스닥 지수도 691.28로 전 거래일보다 88.05포인트(11.3%) 떨어졌기 때문이다. 장중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동시에 8% 넘게 폭락하면서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가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처음 발동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