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해 큰 피해를 남긴 화재 사고를 계기로 전기차의 위험성이 주목 받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화재 진화가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5일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는 약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지하주차장의 흰색 벤츠 차량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다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차돼 있던 다른 차량 140여대가 불타거나 파손되는 등 상당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차량은 벤츠EQE350모델로 일반 주차 구역에 주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현장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차량 주인인 A씨가 마지막으로 주차를 하고 불이 나기까지 차량에 외부적인 충격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달 29일 주차를 하고 차량을 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전기차 화재 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화재 사고는 72건으로 2021년의 23건의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기차 화재는 대부분 동력원인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터리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소재인 리튬은 공기와 접촉하면 급속도로 자연 발화해 화재가 확산되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제품과는 다르지만 리튬 일차전지를 생산하는 경기도 화성시의 아리셀 공장에서 지난 6월 발생한 화재 사고는 23명이 사망하는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차체 내부 아래 쪽에 매립돼 있는 구조 때문에 일반 내연기관 차량 화재처럼 외부에서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는 진화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소방 당국은 전기차 화재 발생시 해당 차량을 물에 담그는 수조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화재 사고에서는 지하주차장에 소방 장비가 진입하지 못해 수조를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화재 진화가 어려워 전기차 화재는 이번 지하주차장 화재처럼 해당 차량이 완전히 불에 탄 후에야 진화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화재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구분이 쉽지 않다.
배터리·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화재 예방과 대응을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화재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벤츠코리아는 이번 사고와 관련한 공식 입장으로 “아파트와 피해 지역 주민 등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당국에 협조해 차량을 철저히 조사하고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