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해외로 넓히는 저작권 보호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1999년 10월 9일 미국 음악 전문지 빌보드에 ‘K팝’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오늘날 드라마·화장품을 넘어 음식에까지 붙는 접두사 ‘K’가 세계에 처음 소개되는 날이었다. 당시 K팝을 포함한 한류 콘텐츠는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만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필자가 미국 대학에서 수학하던 2003년까지도 미국에서는 여전히 ‘한국’ 하면 대기업을 먼저 떠올렸다.

이후 20년이 지나 K팝은 2023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악 앨범 10장 가운데 7장을 차지했고 해외 매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다. 이제 K콘텐츠는 전 세계가 즐기는 문화 현상이 됐다.



문제는 K콘텐츠를 즐기는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저작권 침해도 함께 증가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해외 불법 유통 사이트에 게시된 한류 영상 및 웹툰 콘텐츠는 전체 유통량의 15.4%를 차지했다. 게다가 이들 게시물은 영어·아랍어·러시아어 등 82개의 다양한 언어로 유통되고 있었다.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인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해외 저작권 침해의 심각성을 알리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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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사권(私權)이다. 그러나 개인 권리자가 해외에서 직접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고 권리를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 K콘텐츠 수출 기업들이 해외 진출 시 겪는 주요 애로 사항으로 ‘저작권 보호’와 ‘불법 콘텐츠 유통’ 문제를 꼽았다는 한 조사 결과도 이러한 어려움을 뒷받침한다. 이런 경우 국가기관의 지원 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는 권리자의 자력 구제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 침해 사이트 주소와 정보를 권리자에게 먼저 제공해 신속한 대응을 돕고 있다. 2월에는 미국판 누누티비라 불리는 ‘코코아TV’를 상대로 한 해외 소송을 지원해 사이트 폐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외에도 스페인·러시아 등 한류 신흥국의 언어권까지 불법 유통 모니터링 범위를 확대하고 삭제 요청 경고장을 발송해 지난해 약 21만 건의 불법 링크를 삭제하는 등 우리 저작물 보호를 지원하고 있다. 권리자라면 누구나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해외에서도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으니 적극적인 이용을 바란다.

창작자들이 권리자로서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고 창작에 전념할 때 양질의 창작물이 탄생할 수 있다. 이 창작물들은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가 되고 전 세계로 수출돼 문화 강국을 만드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우리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5대 저작권 강국으로 도약할 계획을 갖고 있다.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과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저작권 보호 체계가 함께한다면 이는 결코 요원한 꿈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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