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정부는 현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공매도 제도 개선 등 증시 업그레이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이 같은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해 우리 증시 상승 동력을 악화시키는 구조적 문제가 뭔지, 우리 증시가 대외 충격에 취약한 근본적 원인이 뭔지 분명히 분석하고 조속히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자본시장 충격은 한국 실물경제 상황과는 관계없이 진행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만약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대한 우려로 증시가 하락한 것이었다면 원화 가치도 급락했어야 했다”며 “원·달러 환율 충격은 그 정도로 크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70원 선을 유지하며 1370~1390원대를 나타냈던 7월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75.6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국가 중 미국(2.6%)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수출 호조세는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1~7월 누적 무역수지 흑자는 267억 달러로 2018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당초 전망인 600억 달러를 훨씬 웃돌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외국인의 한국 상장채권 투자 잔액은 2일 기준 251조 9214억 원에 달한다. 당시 코스피가 미국 경기 침체 공포로 약세를 보였음에도 외국인은 오히려 상장채권을 5267억 원 순매수했다. 상장채권 시장은 외국인이 국고채나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을 매수하는 주요 창구다.
국고채 선물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날 외국인들이 국고채 3년물 선물을 1조 1382억 원 순매도하기는 했지만 폭락장 당시인 5일에는 오히려 1조 8390억 원을 순매수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보통 금융위기는 환율과 금리를 타고 실물 경기로 전이된다”며 “그러나 최근 외국인 자금 유출입 현황을 보면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외 충격에 특히 취약한 한국 증시의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주요 7개국(G7)을 제외하고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이 투자 자산을 현금화하기 가장 좋아 시장에 문제 조짐이 있을 때마다 한국에서 돈을 빼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글로벌 ATM(자동 입출금 기기)’ 인식이 강한 만큼 이를 바꿀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박 부원장은 “소규모 개방경제 시스템을 갖춘 한국 입장에서는 숙명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밸류업을 통해 한국 시장이 저평가받는 원인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해결책으로 꼽는 이들도 있지만 MSCI에서 요구하는 환율시장 개방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외환시장 안정성을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구조 개혁 등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갖추는 정공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금융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장기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공모펀드를 육성해 시장 변동성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증시의 불안정성이 길어질 수 있는 만큼 단기와 중장기 대응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어디로 튈지 몰라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까지 치달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다음 달 초에 발표되는 8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 통계를 통해 미국의 고용 상황이 실제로 나쁜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현지 시간으로 이달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잭슨홀미팅’도 관건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잭슨홀미팅에서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고려하면 증시 불확실성은 올해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