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우스포트에서 발생한 어린이 댄스교실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극우 폭력 사태가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과격 단체들이 이민자에 친화적인 법률 사무소를 포함해 이민 센터, 난민 보호소 등 공격 표적 목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보안 강화에 나섰다.
특히 표적으로 지목된 일부 사무소는 주택가나 상점 등 일반 시민들이 자주 오가는 곳에 위치해 있어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는 극우 활동가들이 작성해 공유한 것으로 파악된 '표적 목록'을 경찰에 공유했다. 이 명단은 이민 센터와 이민자 지원 전문 법률 사무소, 난민 보호소 등 36개를 지목하고 있으며 FT가 입수해 내무부에 전달했다.
우려되는 점은 일부 표적이 주거용 건물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개인 변호사들이 주택에서 일하는 경우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영국 내무부는 이 목록을 경찰에 전달했으며 일부 표적 지역에는 추가 경찰력이 배치됐다. 위협에 대응해 다수의 이민 센터들은 일시적으로 사무실을 폐쇄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면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틀 연속 위기 대응 회의를 소집했다. 경찰은 계속되는 폭력 사태와 함께 더 큰 소요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최근 사태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인종 혐오를 선동한 혐의로 첫 기소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리즈 출신의 28세 남성이 이번 소요와 관련된 일련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대한 혐의를 인정했다. 하이디 알렉산더 법무장관은 영국 라디오 방송에서 시위 참가자들의 기소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법원이 "저녁, 밤, 주말"에도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조직적인 허위 정보 증폭 측면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키어 스타머 총리의 대변인은 지난 5일 "분명히 우리는 온라인에서 봇 활동을 목격했으며 그중 상당 부분은 허위 정보를 증폭하는 국가 행위자의 관여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티븐 파킨슨 검찰총장도 BBC에 검찰이 "테러 범죄를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며 "적어도 한 건의 사례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리버풀 인근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발생한 흉기 공격이었다. 이 사건으로 어린이 3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으며, 용의자로 체포된 17세 남자가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SNS에서 확산했다. 허위 정보는 극우 활동가들의 계정과 SNS의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했으며 러시아 연계 의심을 받는 온라인 뉴스 매체에 실리면서 더욱 퍼진 것으로 영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