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美 경기침체 논쟁





경기 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일은 백미러만 있는 자동차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처럼 어렵다. 이런 차에서는 위치를 사후적으로만 알 수 있듯이 경기 침체도 한참 지나야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흔히 2개 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침체로 간주되지만 실제로는 경제학자들이 소비·고용·소득 지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정한다. 미국에서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소속 경제학자들이 ‘침체 감별사’ 역할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침체 여부 판단에 6개월에서 1년의 시차가 발생한다.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평가되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2007년 12월~2009년 6월)’의 시작은 2008년 12월 선언됐고 종료는 2010년 9월에야 공식 발표됐다.



침체 예측은 더 어렵다. 경제학자들이 각종 이론적 수단을 동원하지만 적중률을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의 법칙’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코노미스트였던 클라우디아 삼 박사가 고안한 이 법칙은 미국 실업률의 3개월 평균이 지난 1년 중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달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실업률이 4.3%로 상승하며 이 조건을 충족시켰다. 앞서 발표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의 부진에 이어 삼의 법칙이 발동될 우려까지 제기되자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은 공포에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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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침체 예측 지표로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이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에서 2년물 금리를 빼면 정상 상황에서는 양의 값을 갖는다. 간혹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후 약 1년 6개월 뒤 침체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2022년 7월 이후 장단기 금리가 뒤집힌 것은 경기 침체 주장의 근거가 됐다. 이 같은 예측 도구들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삼 박사도 “자연법칙이 아니며 언제든 틀릴 수 있다”고 말해왔다. 과도한 공포에 휩싸이기보다는 경기 침체에 대한 민관의 대응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이혜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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