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산 이전을 추진하자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어졌던 KDB산업은행의 ‘퇴사 러시’가 잦아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이전에 부정적인 야당이 올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관련 법 개정이 불투명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중도 퇴직자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38명이 산은을 떠났다. 정부의 부산 이전이 본격화한 후 줄퇴사가 이어졌던 2022년(103명), 2023년(97명) 대비 주춤했다.
특히 2030세대의 중도 퇴직이 크게 줄었다. 2022년(20대 28명, 30대 29명), 2023년(20대 33명, 30대 24명) 등 2년 사이에만 100명에 달하는 젊은 직원이 산은을 떠났지만 올 상반기에는 20대 4명, 30대 8명에 그쳤다. 하반기까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부산 이전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0년(20대 10명, 30대 9명), 2021년(20대 13명, 30대 13명)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50대 이상의 경우 추이가 더 가팔라졌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퇴사한 영향이라는 게 산은 측의 설명이다.
정부의 부산 이전 추진에 가시밭길이 예상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내놓은 대선 공약이자 주요 국정과제다. 산은은 서울에 100명 정도의 최소 인력만 남기고 부산으로 본점을 옮기는 방안을 수립한 상태다.
문제는 산은 이전을 위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산업은행법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이 ‘신중론’을 보이면서 21대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이 자동 폐기됐다. 22대 총선에서도 야당이 압승하면서 법 개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민간 금융사로 이직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산은 부산 이전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인사청문회 당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균형발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는 산은의 부산 이전에 집중할 시기”라고 답한 바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부산 이전 추진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민주당 내에서도 중앙당과 부산시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적어도 1~2년 내에 이전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며 “이전 방안이 백지화된 것은 아닌 만큼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