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로 총리가 퇴진한 방글라데시에서 정국 혼란을 수습하고 총선을 관리할 과도정부가 출범했다.
8일(현지 시간)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빈곤퇴치 운동 등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를 임시 지도자로 하는 과도정부 출범식이 이날 저녁 수도 다카의 대통령궁에서 개최됐다.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사퇴하고 인도로 도피한 지 사흘 만이다. 하시나 전 총리는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학생 주도 시위가 수 주일 간 이어지고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총리직을 사임했다.
출범식에는 유누스 최고 고문(총리격)과 16명의 고문이 참석해 “헌법을 옹호하고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선서를 했다. 고문에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던 대학생 운동단체 지도부였던 나히드 이슬람과 아시프 마흐무드가 포함됐으며 여성권리 운동가와 대학교수, 전 중앙은행 총재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유누스를 임시 정부의 최고 고문으로 임명하기로 한 결정에는 모하메드 샤히부딘 대통령과 군 지도자, 학생 지도자 등의 의견이 반영됐다. 특히 군 지도부가 이끄는 정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학생 지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평가다. 유누스는 빈민을 위한 은행가로 불리는 기업가이자 경제학자로 치료 등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 머물다 과도정부 수반직을 수락한 후 이날 오후 귀국했다. 그는 공항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시위 희생자들에 경의를 표하며 1억 7000만 인구의 나라에서 법과 질서를 회복할 것을 약속했다. BBC는 유누스에 대해 “수년 간의 독재 통치에 시달린 방글라데시에 민주주의를 되찾아줄 것이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과도정부는 국정 혼란을 수습하면서 차기 총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차기 총선은 헌법에 따라 의회가 해산된 지난 6일을 기점으로 9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총리 퇴진 후 군부가 질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방화와 약탈 등이 끊이지 않는 등 치안이 마비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