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 펀드에 5일 ‘블랙 먼데이’ 이후 닷새 동안 77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패닉 셀링을 틈타 저렴한 가격에 우량주를 담으려는 ‘스마트 머니’가 대거 펀드 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12일 6거래일 만에 2600 선을 회복했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가 하루 만에 8.8% 폭락했던 이달 5일 이후 9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48조 7093억 원으로 전주 대비 7730억 원 늘었다. 올 들어 주간 기준 가장 큰 증가 폭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올해 증가액(1조 4105억 원)의 54.8%에 해당된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306억 원이 줄었다.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관련주 투자 열기 등으로 올해 내내 늘기만 했던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주간 단위로 처음으로 자금이 빠진 것이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채권형 펀드로도 1조 3481억 원이 새로 들어왔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한국 증시가 급락해도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2500 선) 이하에서 투자해 실패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그런 학습 효과가 작용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쏟아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코스피는 1.15% 오른 2618.30에, 코스닥은 1.08% 상승한 772.72에 각각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은 코스피에서 각각 761억 원, 1473억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공히 2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 등이 완화하면서 증시 전반의 공포 심리가 잦아졌지만 보수적 대응을 주문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2600 선에 안착한 만큼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도 추세적 반등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14일 현지 시간) 등 지표를 잘 챙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