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권의 전방위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김 관장은 12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관련한 논쟁에 대해 “그동안 한 번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거나 특정한 독립운동가를 비방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건국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며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가 건국은 상당한 기간에 걸쳐 이뤄진 역사적 과정이라 봐야 한다고 했는데 나의 견해도 같다”고 강조했다.
이승만 대통령과 김구 선생을 편 가르기 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두 분을 비롯한 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을 ‘건국의 아버지들’로 함께 인정하자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국절 제정 가능성에 대해 “있지 않은 일을 가정해 설명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역사학자로서 양심을 걸고 분명히 반대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관장 선임 면접에서 ‘일제시대 우리나라 국민의 국적이 어디냐’는 질문에 “일제 시대의 국적은 일본이지요. 그래서 국권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닙니까”라고 답변한 것을 두고 일제 식민 지배를 동조한 친일파라고 일각에서 몰아붙인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관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독립정신을 널리 선양하는 일과 이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는 데 매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김 관장 임명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 관장이 있는 한 이번 광복절 경축식에는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또 조국혁신당·진보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 공동으로 김 관장의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도 제출했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이종찬 광복회장과 비공개 만남을 갖고 김 관장 임명 철회 요구에 공감을 표했다. 박태서 국회 공보수석은 이 회장과의 면담에서 “우 의장은 이 정도 상황이면 정부가 광복회장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 게 좋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 의장의 경축식 참석 여부에 대해 박 수석은 “여러 의견을 청취한 다음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