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도 용인의 이케아 기흥점. 가구를 쌓아둔 창고 구역을 지나자 낯선 기계음이 들려왔다. 기계음을 따라 내부로 더 들어가자 26대의 자율주행 로봇이 큐브 형태의 창고 상승부를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 로봇은 이케아코리아가 최근 도입한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의 핵심이다. 로봇의 핵심 임무는 제품이 보관된 컨테이너를 작업자가 있는 곳까지 운반하는 것으로, 이들이 담당하는 컨테이너는 1만 3699개에 달한다. 주방용품, 패브릭, 봉제인형 등 약 4000개의 홈퍼니싱 액세서리 제품 출고를 책임진다.
이케아코리아는 이처럼 기흥점 물류 창고 1000㎡(약 400평) 면적을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 구역으로 재단장했다. 현재는 시범 운영 중으로 다음 달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 자동화 풀필먼트는 자동화 물류창고와 포장 시스템으로 나뉜다. 물류창고 시스템은 무선 제어 로봇이 큐브 형태의 모듈형 창고 선반 위를 돌아다니며 상품이 보관된 통(빈·bin)을 작업자가 있는 포트까지 운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로봇 26대와 작업대 역할을 하는 포트 6대가 배치됐다. 169억 원을 투자한 결과다. 로봇은 우선 주방용품, 패브릭, 봉제 인형 등 4000개의 홈퍼니싱 액세서리 제품을 담당한다. 자동화 포장 시스템 도입은 글로벌 이케아 점포 중 이곳이 최초다. 차후엔 로봇이 담당하는 제품군이 늘어날 수 있다. 포장 시스템에는 3D 스캐너가 도입됐다. 제품 형태를 측정하고 필요한 크기에 맞춰 제작한 후 봉인·테이핑·송장 부착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이케아코리아는 이번 도입으로 온라인 배송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온라인 판매 역량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케아에 따르면 2021년을 기점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규모는 점점 줄고 이커머스 매출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커머스 매출 비중은 2019년 13%에서 지난해 21%로 성장했다. 배송 규모도 5년 전에는 1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9%까지 급증했다. 고객이 구매한 상품을 집으로 직접 가져가는 경우가 예전보다 줄었다는 뜻이다.
수엣 완 이케아코리아 컨트리 커스터머 풀필먼트 매니저는 “이번 솔루션 도입으로 일일 주문 처리 능력이 2000건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온라인 비중도 전체 매출에서 5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풀필먼트 시스템 현장에서 만난 풀필먼트팀 소속 정영란(51)씨는 "처음 입사했을 때는 제품 하나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헤맸는데 지금은 로봇이 빠르게 가져다준다"며 "시간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번거로운 과정에서 겪었던 스트레스도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케아코리아는 2년 내에 광명점에도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고양점에 강동점의 풀필먼트를 지원하기 위한 창고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2030년 매장에서 택배 주문 처리 물량을 올해보다 1.5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엣 완 매니저는 "풀필먼트 도입 첫해에는 비용 절감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10년 기준으로는 4000만 유로(600억원)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