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들의 상장사 공개매수 및 상장폐지에 반발하며 청약 참여를 거부했던 소액주주들이 보유 주식을 팔고 떠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상폐 저지를 위해 소송에 동참할 수도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되는 데다 확실한 승소 가능성을 점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올해 6월 17일 커넥트웨이브(119860) 공개매수 종료 후 최근까지 두 달 가까운 기간 장내에서 지분 약 3%를 추가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지분율은 기존 80.3%에서 83.14%까지 높아졌다. 보유 중인 자사주 약 11%를 소각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 지분율은 90%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당초 소액주주들은 MBK의 공개매수에 대부분 참여하지 않고 상폐 저지 운동을 강화할 조짐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 MBK 측이 커넥트웨이브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포괄적 주식 교환과 상폐를 확정지으면서 이 같은 저지 운동 동력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언제 끝날지 모를 소송에 비용을 내가며 참여하기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상장돼 있을 때 팔고 나가겠다는 개미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상폐를 추진 중인 락앤락(115390)도 비슷한 상황이다. 어피너티 역시 두 차례 공개매수를 하는 동안 소액주주들의 반발 속에 올해 5월 14일까지 지분을 총 85.45%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상폐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어피너티가 올해 배당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국내에 서류상회사(SPC) 신설을 마치며 포괄적 주식 교환 절차에 다가섰다. 그러자 개미들 사이에서 주식을 팔고 떠나는 기류가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공개매수 종료 후 두 달 반 만인 지난달 말까지 어피너티 측은 락앤락 주식 약 3.4%를 추가 취득하고 지분율을 88.86%까지 높인 상태다.
여전히 소송을 준비하는 소액주주들이 적지 않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장내 매도세가 예견돼왔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상법상 국내 회사가 보유한 상장사는 주주 특별결의를 통해 포괄적 주식 교환을 할 수 있도록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소액주주들을 강제 축출할 수 있다.
앞서 올 초 한앤컴퍼니 역시 쌍용C&E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추가 장내 매수를 거쳐 지난달 상장폐지를 달성했다. 현재 진행 중인 아키메드의 제이시스메디칼(287410),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의 비즈니스온(138580) 등 다른 종목의 공개매수와 상장폐지 시도 역시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상목 컨두잇 대표는 “개미들 사이에서 ‘국장’을 떠나 ‘미장’으로 가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