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파리 올림픽이 폐막한 뒤 장애인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패럴림픽이 열린다. 28일(현지 시간)부터 9월 8일까지 진행되는 제17회 파리 패럴림픽에는 22개 종목에 184개국 4400여 명이 참가한다.
올림픽과 함께 4년마다 열리는 패럴림픽은 높은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실정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큰 축제 중 하나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파리 패럴림픽에 17개 종목 177명(선수 83명, 임원 94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금메달 5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순위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정진완(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애인들이 체육 활동을 하는 것은 패럴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국위 선양을 하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장애인들에게 체육 활동은 삶의 희망을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 종목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정 회장은 후천적 장애를 입었다. 대입 수험생 때인 1987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고 한다. 스스로 걸을 수 없이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은 받은 뒤 그는 절망에 빠진 삶을 살았다고 했다. 하지만 장애인이 된 청년에게 삶의 희망과 목표를 갖게 하고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1988년 서울 패럴림픽이었다. 당시 국내에서 명칭은 ‘장애인 올림픽’이었고 2018년 평창 패럴림픽부터 우리나라에서도 공식적으로 패럴림픽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정 회장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직후 치러진 패럴림픽에서 장애인들이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운동을 시작했다”며 “사격을 배우니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시드니 패럴림픽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애인에게 체육 활동은 장애인 스스로는 물론 가족 등 주변, 그리고 사회·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게 정 회장의 지론이다. 정 회장은 시드니 패럴림픽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장애인체육과장을 맡았고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원장도 지냈다. 그는 “만약 내가 장애인이 된 후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뿐만이 아니라 체육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사는 장애인들이 많다”며 “장애인들 대부분은 선천적 장애보다 사고 등으로 후천적 장애를 입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체육 활동은 새 삶의 기회를 얻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파리 패럴림픽 카누 종목에 출전하는 최용범 선수의 경우 2년 전 택배 일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장애를 입었지만 장애인 카누에 도전하면서 삶의 새로운 원동력을 얻었다고 한다.
정 회장은 “한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중 운동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의료비를 비교하면 운동을 한 장애인의 의료비가 훨씬 적게 든다고 한다”며 “장애인이 체육 활동을 하면 심신이 건강해져 일반인들과 함께 사회에서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고, 그래서 정부도 장애인 체육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럴림픽 참가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21일 파리로 갈 예정인 정 회장은 이번 패럴림픽을 비롯해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데플림픽(세계농아인경기대회) 등 여러 장애인 스포츠 축제와 장애인의 일반적인 체육 활동에 대한 관심과 후원을 당부했다.
그는 “파리 패럴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이 세운 목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공영방송이 패럴림픽을 의무 중계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적극 돕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 스포츠는 후원이 많아야 활성화되기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특히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후원을 해줬으면 한다”며 “파리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우리 선수단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한국토요타자동차와 하나금융그룹·롯데칠성음료·BDH재단·동진기업·프로스펙스·스파오 등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