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20여 년 만에 발전사에 송배전망 이용료를 징수하는 방안 검토에 나섰다. 그동안 전기요금을 통해 송배전망 관련 비용을 회수하다 보니 재생에너지 확대 같은 전력시장 환경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은 2002년 이후 큰 변화 없이 운영해온 송배전망 이용요금 합리화에 대한 연구용역에 착수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가 2025년 송배전망 이용요금을 개편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는 만큼 이를 위한 사전 분석의 성격이다.
한전은 국내 유일한 전기 판매 사업자이자 송배전망 사업자다. 전기요금(판매)과 망 이용요금(송배전)을 걷는 이중적 지위에 있는 셈이다. 전기 판매와 송배전망 관리가 분리된 선진국들과 달리 한전은 두 가지 업무를 모두 맡고 있어 회계 역시 통합돼 있다. 이에 송배전망 건설·운용 비용은 사실상 전기요금을 통해 회수하는 실정이다. 각 가정이나 기업이 내는 전기요금에 송배전망 건설·운용비가 포함돼 있다는 의미다.
한전은 현재 인프라 비용만 포함된 망 이용요금에 영국 등이 적용 중인 시스템 서비스 비용, 송전손실 비용, 정책 비용 등의 포함 가능 여부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원가 회수 안정성 제고를 위한 총괄 원가 비용 항목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수용될 경우 망 이용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전은 원칙상 발전 측과 수요 측이 절반씩 내는 원가 부담 비율을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재검토해볼 예정이다. 주요국 평균 분담률은 발전이 4%, 수요가 96%임을 감안해 50대50의 비율을 재설정하는 동시에 20년 이상 장기 유예 조치를 중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전 내부적으로는 2024~2028년 중장기 경영 목표를 통해 2025년 신(新)요금제 개발, 2026년 발전 측 망 이용요금 부과 등의 개략적인 계획안을 마련해둔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이제 연구용역을 막 시작하려는 단계”라며 “제도 전반에 대해 폭넓게 조사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