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나 음악 감독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일 년에 몇 차례 안 되죠. 오케스트라를 지키면서 100명이 넘는 단원이 같은 방향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악장의 역할입니다.” (프랭크 황 미국 뉴욕 필하모닉 악장)
“악장이 받는 개인적인 존중이 곧 음악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집니다. 보이는 곳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죠.”(데이비드 챈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
미국 뉴욕의 양대 오케스트라 악장을 비롯해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 악장들이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세계 수준의 앙상블로 꼽히는 세종 솔로이스츠 출범 30주년을 맞아 이달 16일부터 내달 2일까지 진행되는 클래식 음악 축제 ‘제7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을 통해서다.
1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 예술감독은 “30년 간 세종 솔로이스츠는 9명의 명문 오케스트라 악장을 배출했다”며 “이달 24일 진행하는 대표 프로그램인 ‘세종솔로이스츠와 네 악장들’ 콘서트에서 세종솔로이스츠 출신의 네 명의 악장이 협연을 펼친다”고 밝혔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 데이비드 챈을 비롯해 프랭크 황 뉴욕 필하모닉 악장, 앤드류 완 몬트리올 심포니 악장, 다니엘 조 함부르크 필하모닉 악장이 참여한다.
이들 네 명의 악장은 저마다 세계적 수준의 연주자인 동시에 각 오케스트라의 리더 역할인 악장을 맡고 있다. 악장은 콘서트마스터(concert master)로 불린다. 100명이 훌쩍 넘는 오케스트라 단원 전체를 통솔하고 지휘자를 보필해 단원들과의 소통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악장들은 단원 중에서는 가장 눈에 띄지만 지휘자에 가려져 있다. 다니엘 조 악장은 “1년 반의 수습 악장 기간을 거치면서 동료 단원들에게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며 “열린 마음으로 피드백을 수용하고 주위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배우고 실험하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강 감독은 “30년 간 이어가는 게 어려웠던 만큼 감회가 새롭다”며 “젊은 연주자들을 양성하는 게 비전인데 젊은 단원들을 발굴하고 가치 있는 연주 경험을 만들어준 만큼 보람도 크다”고 전했다. 강 감독은 세종 솔로이스츠의 창립자인 남편 강효 줄리어드스쿨 교수와 함께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발굴하기도 했다.
이번 힉앳눙크에는 기술과 예술을 융합하는 새로운 시도도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교수이자 현대 작곡가인 토드 마코버가 ‘플로우 심포니’를 세계 무대에서 처음으로 소개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작이다. 또 촉망받는 작곡가 김택수가 ‘고독한 군중’ ‘운명 공동체’를 주제로 새로운 곡을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