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생약)제제 의약품들의 임상 재평가 기간이 잇따라 연장되고 있다. 임상시험 재평가는 과거 허가 받은 효능·효과를 최신 과학 수준에서 다시 입증하는 절차로 실패하면 허가사항이 변경된다. 의정 갈등 장기화로 콜린알포세레이트 등 재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다수의 의약품들도 기간 연장에 무게가 실린다.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최근 한약(생약)제제인 포도씨건조엑스 단일제(정제) 임상 재평가에 대한 자료 제출 기한을 30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중앙약심위의 한 위원은 “현재 의료계 상황이 좋지 않아 염려스러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연장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한림제약의 ‘엔테론정50mg’으로 대표되는 포도씨건조엑스는 ‘당뇨병에 의한 안과질환 적응증’을 두고 2021년부터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당초 회사는 올해 임상을 마치고 결과 보고서를 제출해야했으나 전공의들이 사직하며 환자 모집 및 임상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중앙약심위는 올해 6월에도 전공의 사직 여파를 인정해 한약제제 재평가 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2019년부터 재평가가 진행중인 새한제약의 ‘트라우밀주사’ 등 밀레포리움틴크D3 등 13성분 복합제(주사제)가 대상으로 업체 측은 의료대란으로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임상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점을 이유로 들었다.
중앙약심위는 ‘전공의 사직’이 업체가 예측할 수 없던 천재지변과 같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기한을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밀레포리움틴크D3 등 13성분 복합제는 환자가 겪고 있는 아픔과 비슷한 아픔을 유발할 수 있는 약을 투여해 치료하는 소위 ‘동종요법’ 제제로 효능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며 재평가를 진행 중인 다른 의약품들도 기간 연장에 무게가 실린다. 치매치료제로 처방되는 ‘콜린알포세레이트’는 2021년부터 임상재평가에 돌입했지만 올해 6월 기준 환자모집을 완료하지 못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48주간 임상을 진행해야하는 만큼 만료 시기인 내년 3월까지 마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콜린알포는 국내에서 약가 정책에 참고하는 A8국가 중 원개발국인 이탈리아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정해진 기한 내에 임상 재평가가 종료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면서도 “불가피한 사유로 환자 모집이 늦어지면 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