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럽의 중국산 전기차 수입이 한 달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이 7월부터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고 48%의 관세율을 부과하는 고관세 정책을 시행하자 역내로 들어오는 중국산 전기차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18일 블룸버그통신이 시장조사 업체 ‘데이터포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EU 16개국에서 신규 등록한 중국산 전기차는 6900대로 집계됐다. 1만 2700대가 유입됐던 6월과 비교하면 45.6%나 줄어든 셈이다.
중국 전기차들의 EU 역내 시장점유율도 감소했다. 7월 중국 전기차의 EU 시장점유율은 8.5%로 전월(10.0%)보다 1.5%포인트 빠졌다. 독일(16%→8%), 프랑스(8%→5%), 벨기에(10%→7%) 등 주요 수입국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중국 국유기업 상하이자동차(SAIC) 산하인 MG는 7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쪼그라들었다. 폴스타의 판매량도 같은 기간 42% 축소됐다. 다만 비야디(BYD)의 7월 판매는 1년 전보다 세 배 늘었다.
EU 내에서 중국 전기차의 입지가 줄어든 배경에는 대(對)중국 제재 정책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EU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역내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있다. EU는 7월 5일부터 17.4~37.6%의 상계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존 관세율이 10%였던 점을 감안하면 관세 부담은 최대 48%까지 높아지는 셈이다.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 중국 전기차들의 수입이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중국산 전기차에 의존했던 EU 전기차 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단 6~7월 수치가 급격하게 바뀐 것은 기저 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관세율이 높아지기 전인 6월 업체들이 서둘러 중국 전기차 판매에 나서다 보니 7월에 집계된 수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 7월 EU 16개국의 전기차 판매는 전월 대비 3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자동차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중국 전기차 판매만 감소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EU와 중국 정부 간 협상에 따라 관세 수위나 대상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기업들은 일단 유럽 내 사업 규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BYD의 경우 유럽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유로 2024’의 공식 후원사로 나서면서 주목을 끌었다. 총시청자가 50억 명(누적 기준)에 이르는 축구 대회에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한 것은 유럽 소비자들에 대한 노출을 극대화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폴란드 등지에서 생산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