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50승도 넘었다…‘레슨 신화’ 이시우

KLPGA 투어 더헤븐 우승자 배소현과 ‘풍덩 세리머니’

리디아 고 부활 도와 ‘올림픽 금메달 코치’ 타이틀도

“내세울 선수 경력 없지만 기회가 기회 만들어 여기까지”

연습하는만큼 나오는게 골프…선수한테 최대 적은 게으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박현경·배소현·김수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고진영·리디아 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김민규…. 이들은 각 투어를 주무르는 톱 랭커라는 공통점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른바 ‘이시우 사단’이다.



화려한 스타 군단의 사단장 이시우 코치를 최근 서울 강남구의 프리미엄 골프 공간 아이언앤우드에서 만났다. 막 레슨을 받고 문을 나서는 박현경이 한 마디 남겼다. “저희 코치님 멋지게 나오게 잘 부탁드려요.” 올해 전반기에만 3승을 거둬 ‘대세’로 떠오른 박현경은 투어 통산 7승을 모두 이 코치와 함께했다.

지도한 기간에 우승한 선수들의 주요 프로골프 투어 승수를 모두 더하면 몇 승쯤 될까. “아마 52승쯤 되는 것 같아요. 아마추어 이효송 선수의 일본 투어 대회 우승 포함해서요.” ‘원포인트’로 봐준 뒤 우승이 나온 선수들도 있지만 그 숫자는 뺀 게 이 정도다. 국내 남녀 투어에서 3주 연속 우승이 나오는가 하면 같은 날 남녀 대회에서 동반 우승이 터진 것도 한 번이 아니다.

(18일 배소현의 시즌 2승에 이시우 사단의 승수는 더 늘었다. 앞서 파리 올림픽에서는 리디아 고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 시즌 준비부터 이 코치와 함께한 리디아 고는 파리로 넘어가기 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 코치한테서 최종 점검 레슨까지 받았다. 이 코치는 2016년 박인비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을 도운 남편 남기협 프로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 코치’ 타이틀을 얻은 셈이다.)

이시우(오른쪽) 코치가 1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제자 배소현(가운데)과 함께 더헤븐 리조트의 인피니티풀에 뛰어드는 ‘풍덩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KLPGA이시우(오른쪽) 코치가 1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제자 배소현(가운데)과 함께 더헤븐 리조트의 인피니티풀에 뛰어드는 ‘풍덩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KLPGA



제자의 우승은 코치에게 어떤 의미일까. “선수들이 얼마나, 어떻게 노력했는지 훤히 아는데 그 노력이 보상 받는 걸 확인하는 거니까 엄청 기분 좋죠. 가르치던 주니어 선수가 국가대표나 국가상비군이 됐을 때, 처음 골프를 배우겠다고 저희 아카데미를 찾아온 선수가 투어 프로가 됐을 때도 큰 보람을 느껴요.”



이 코치가 레슨의 길로 처음 들어선 건 서른이 코앞이던 2009년이다. 주로 KPGA 2부 투어를 뛰다 호주 유학을 결심했고 그곳에서 “멀리 내다보고” 선수 대신 코치로 등록해 선진 아카데미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골프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20대 중반까진 선수로 끝장을 봐야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근데 군대 갔다 와서 시드전 떨어지고는 크게 실망을 한 거죠.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건 다해서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안 된 거니까. 2008년을 앞둔 무렵에 호주 갔다가 터닝 포인트를 맞은 거예요.”

한국으로 돌아와 집 근처 지하의 실내연습장에 일을 얻었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두 곳을 번갈아 뛰며 1년 반을 레슨만 했다. 하루에 20~30명씩 가르쳤다. 지인들과 연락도 다 끊고 아마추어 레슨과 레슨 공부만 팠다. 스윙 한 번만 봐도 개선 방향을 바로 파악하는 눈은 당시 다양한 유형의 골퍼들을 수도 없이 가르치면서 얻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후 제법 번듯한 곳으로 옮겼고 케이블 골프 채널 레슨 프로그램에도 지원해 합격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레슨 받은 출연자들끼리 경쟁하는 포맷의 방송도 있었는데 거기서 한 출연자를 우승시키면서 또 소질을 인정받았다. 따로 레슨 스튜디오를 차렸더니 배우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밥 먹을 시간조차 없었다. 지금은 싱가포르 클럽 브랜드 ‘빅피쉬’를 가져온 빅피쉬 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코치는 “저는 국가대표 출신이거나 대회 나가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표팀 코치를 지낸 적도 없다”며 “돌아보면 계속해서 기회가 기회를 만들었고 그저 레슨을 꾸준히 하면서 그런 기회들을 잡아온 것뿐”이라고 했다.

투어를 뛰는 여자 선수를 가르친 건 2017년 고진영이 처음이었다. 레슨 후 두 번째 대회에서 바로 우승이 터지고 그해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까지 접수하면서 고진영은 미국 진출 꿈을 이뤘다.

교습가로 성공한 거대한 비결 같은 게 있을 것 같지만 이 코치의 지론은 이거다. ‘연습하는 만큼 나오는 게 골프다’ ‘아무리 좋은 지식을 갖고 있어도 연습량이 안 되면 안 나오는 법이다’. 이 코치는 “옛날식 마인드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게으름 피우는 걸 잘 못 본다”며 “큰 대회 우승 뒤 열심히 안 한다? 그러면 그게 누구라도 더 엄격해진다. 연습 스케줄을 더 철저히 확인하고 지시한다”고 했다. “선수가 못 보는 걸 알려주는 게 코치라고 생각해요. 5언더파 치고 만족하고 있더라도 스코어를 떠나 효율적으로 공을 못 친 부분이 보인다고 하면 닦달합니다. 제가 보기엔 7언더파 칠 수 있었던 상황이니까요.”

인정받고 존경 받는 교습가를 넘어 이 코치가 그리는 큰 그림은 뭘까. “트레이닝과 레슨 등 선수의 모든 부분을 관리하는 프로 스포츠 팀을 맡아보고 싶어요. 현대캐피탈 배구단의 체계적인 운영을 보면서 이런 의욕이 더 강해졌어요. 철저한 트레이닝으로 선수를 만들고 미국 투어 가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팀 프로그램 운영이 제 다음 모습이면 좋을 것 같아요.”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양준호 기자 사진=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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