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8 부동산 대책’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공식화했지만 현장의 혼란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재초환 적용 대상을 조합원당 초과이익 3000만 원에서 8000만 원 이상으로 상향한 개정 재초환법이 3월 말 시행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들은 부담금 부과 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합들은 한국부동산원의 부담금 산정을 신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부가 재초환을 폐지하겠다고 한 와중에 부담금을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화곡1 단독주택(현 우장산숲아이파크) 재건축 조합은 구가 통보한 재건축 종료 시점 주택 가액(종료 가액)에 대해 6월과 이달 13일 두 차례 이의를 제기했다. 종료 가액의 경우 재초환법 개정 전에는 약 3500억 원이었으나 개정 재초환법 시행 이후 약 3950억 원으로 더 높게 재산정됐다. 초과이익은 종료 가액에서 사업 개시 시점 주택 가격, 해당 지역 집값 상승분, 개발 비용을 뺀 금액이기 때문에 종료 가액이 높을수록 초과 이익도 커진다. 조합은 재산정 시 종료 가액에 반영된 분양가·공시가가 실제와 다르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강서구는 23일까지 조합원 의견을 청취한 후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개최해 이의 수용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화곡1 재건축은 부담금 산정의 첫발을 떼기라도 했지만 대부분의 조합은 계산에 필요한 서류 제출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초환은 자치구가 준공 이후 조합으로부터 관련 서류를 받아 부동산원에 가액 산정을 의뢰하고 검증 심사를 거쳐 부담금을 부과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재건축 조합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부동산원 통계 조작 혐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부담금 산정을 신뢰할 수 없다며 서류 제출 요청에 불응하고 있다. 조합은 서초구를 상대로 법원에 부담금 부과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재초환 폐기 방침을 못 박은 것도 조합 비협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재초환 대상인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부담금을 납부한 후에 법 개정이 이뤄져 제도가 폐지되면 안 내도 될 돈을 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조합원 사이에서) 많다”며 “대부분의 조합들이 재초환 폐지 여부가 정해질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담금 산정 대상 36개 단지 중 현재까지 실제로 부과가 이뤄진 단지는 한 곳도 없다. 재초환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부담금 납부 대상 조합에 준공 이후 5개월 이내, 1주택자 감경 사항 반영 시에는 8개월 이내에 부담금 산정을 마치고 부과 통보를 해야 한다. 수년 전 준공됐으나 법 개정으로 부과가 유예된 반포현대·화곡1 조합 같은 곳들은 개정법 시행 5개월 후인 8월 26일, 늦게는 8개월 후인 11월 26일이 부담금 통지의 ‘데드라인’인 셈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법적 기한 내에 부담금을 산정해 (조합에) 통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산정 지연 이유를 명시한 내부 문서를 미리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혼란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회에 재초환 폐지 법안이 발의되기는 했지만 현행법에 따라 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안 내용과 정부 기조가 정반대인 데다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초환 폐지에 부정적이어서 현장의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재건축조합연대는 부담금 부과 대상 조합들과 9월께 항의 시위를 진행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반포현대 조합은 초과이익 산정에 쓰이는 지수들을 제대로 반영해 달라는 취지로 재초환법 시행령 개정도 건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