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인도에서 인공지능(AI) 분야 최초의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크루트림(Krutrim)’이라는 회사로, 창업한 지 불과 1년 새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인도의 유망 정보기술(IT) 기업 ‘올라(Ola)’의 창업자 바비시 아가르왈이 출자한 특수관계법인이다. 크루트림을 앞세운 올라그룹은 인도 최초로 AI 반도체 설계를 개시했다고 이달 15일 공개했다. 해당 칩은 2026년에 출시될 예정이다. 성공하면 인도는 글로벌 AI 산업계의 신흥 주자로 도약할 수 있다.
올라그룹의 모태는 인도 최초의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 ‘올라캡스’다. 아가르왈이 ‘IT 인재 사관학교’로 불리는 인도공대(IIT)를 졸업한 뒤 2010년 같은 대학 출신인 안킷 바티와 함께 창업했다. 올라캡스는 2020년 현지 시장점유율 50%를 기록하고 매출이 266억 3000만 루피(약 4234억 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사업도 다각화해 전기차·전기스쿠터 제조, 배터리 설계, 모바일 금융 결제, 배달 플랫폼 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중견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전기스쿠터 제조 자회사인 ‘올라일렉트릭’은 이달 9일 인도 전기차 업계 최초로 증시 상장에 성공해 첫날 몸값을 48억 달러(시가 총액 6조 3946억 원)까지 불렸다.
인도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단절된 글로벌 공급망을 잇는 ‘스윙 컨트리(Swing Country)’ 중 핵심 축이다. 올라와 같은 인도의 신생 IT 기업들은 기술력에서는 선진국 기업에 못 미치지만 인도공대 등에서 배출되는 첨단 기술 인재들을 풍부하게 확보한 데다 대규모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일찌감치 올라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2019년 3억 달러(3998억 원)를 투자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경제 영토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스윙 컨트리에서 부상하는 기업들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 해외 공급망과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