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큐텐그룹 핵심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 2대 주주에 올라선 데 이어 재무적투자자(FI)도 큐익스프레스 지분 70%를 확보할 전망이다. 큐익스프레스 지분 95%를 보유했던 구영배 전 대표와 큐텐 지분은 FI가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면 5% 미만으로 축소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정산받지 못한 인터파크커머스 인수 대금 1600억 원을 큐익스프레스 지분으로 바꿔 약 25%의 지분을 확보했다. 야놀자가 큐텐에 인터파크커머스를 매각할 때 큐익스프레스 주식 일부(2280억 원 상당)로 설정해 놓은 담보를 실행한 것이다. 기업가치는 약 8000억 원에 못 미치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큐익스프레스 지분은 큐텐이 66%, 구 전 대표가 29%를 보유했다. 앞으로는 FI 70%, 야놀자 25%, 구 전 대표 5% 정도로 지분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큐익스프레스 FI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보유하고 있는 교환사채(EB)와 전환사채(CB)를 보통주로 바꿔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FI 지분을 모두 전환하면 70%에 달하고,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32~35%로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된다”고 말했다.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와 켁터스프라이빗에쿼티(PE)는 2019년과 2021년 각각 600억 원, 500억 원어치씩 CB를 인수한 바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CB의 만기가 넉넉히 남아 있고 보통주로 전환할 적합한 시점을 따져보는 단계"라며 "이 조치가 실행되면 FI들이 큐익스프레스의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환사채(EB) 투자자인 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와 외국계 펀드인 코스톤아시아 등은 최근 교환권을 일부 행사해 큐익스프레스 소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021년 EB에 각각 300억 원, 200억 원 정도 투자했다. 큐텐과 구 전 대표가 보유했던 지분 일부가 FI에게 넘어가며 큐익스프레스가 독립하는 과정인 셈이다.
현재 큐익스프레스의 이사회를 움직이는 실질적 권한은 이미 FI들에 넘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 대표는 지난달 큐익스프레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구 대표의 우군격인 다른 이사회 멤버들도 권한이 상당히 축소된 상태다.
이런 조치의 배경에는 큐익스프레스가 큐텐으로부터 받아야 할 물류대금 등이 적잖게 남아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큐텐 측이 지명한 큐익스프레스의 이사들이 경영에 간섭하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IB업계의 시각이다. 큐익스프레스는 싱가포르에 있는 글로벌 물류 업체로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해왔으나 최근 중단했다.
한편 큐익스프레스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사업을 정상화시킨 뒤 국내외에서 새 전략적투자자(SI)를 찾을 계획이다. 큐익스프레스가 국제 배송 서비스에 전문성을 가진 회사인 만큼 e커머스 사업 등에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FI들은 경영권을 확실히 장악한 뒤엔 사명 변경 등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큐텐그룹의 주요 자회사인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는 그룹의 자구안 마련과 별개로 개별 투자 유치와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는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