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바퀴 달린 가죽가방

이선희





온갖 잡동사니들이 들어 있을



무엇을 쑤셔 넣으면 한없이 들어갈

바퀴 달린 가죽가방

비뚤어지게 서 있는

희끗희끗 때 묻은 것이

울퉁불퉁 늘어진 것이

벌써 여러 곳을 거쳐 왔을



바퀴 달린 가죽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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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경유지나 기착점을 모른 채

속이 열릴 때까지 지퍼를 닫고 굴러갈

바퀴 달린 가죽가방

낡은 바퀴로 끝까지 가 보겠다며

공항 대기실, 의자 옆에 손들고 서 있는

바퀴 달린 가죽가방

본래부터 잡동사니가 아니었을 것이다. 차곡차곡 개어 넣었을 것이다. 세면용품이며, 보조 배터리며, 안대며, 수면 양말까지 때마다 요긴하게 쓰였을 것이다. 처음부터 비뚤어진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각진 모서리가 당기는 가죽이 북처럼 팽팽했을 것이다. 둥근 바퀴는 어떤 요철을 만나도 마찰을 일으킬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경유지나 기착점을 몰라서 더욱 설렜을 것이다. 가볍고 튼튼한 첨단 소재 가방들 사이 꿋꿋한 저 가죽가방 어르신.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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